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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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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던 애플, 게임에 진심으로 돌아서
게임포팅툴킷 통해 애플 실리콘 게임 가능성 시연
원조지만 윈텔 PC, 게임기에 밀린 상황 역전 시도
AI에 집중하는 엔비디아 견제 효과도 노려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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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으로 디아블로4 돌리는데 너무 잘된다." (IT 리뷰 전문 유튜버 잇섭)

최근 유튜버들이 유명 게임 '디아블로(Diablo) 4'를 애플 실리콘을 사용한 맥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낯선 모습이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애플 맥북에서 실행중인 디아블로게임의 한 장면. 화면 우측상단에 게임 실행에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보인다. 유튜브 캡처

애플 컴퓨터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적어도 2000년 이후에는 그랬다. 대형 게임들은 인텔, AMD의 CPU를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Xbox),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 같은 전용 게임기나 윈도 PC의 몫이었다.


그런데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 PC에서 게임이 가능해졌다. 애플이 작심하고 게임을 품겠다는 전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3)' 행사의 최대 관심은 복합현실 단말기 '비전 프로'(Vision pro)였다. 모처럼 등장한 애플의 혁신제품에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WWDC2023에서 발표될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으나 이용자들의 체험이 늘어나며 화제가 되는 분야가 게임이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WWDC2023 행사의 게임 관련 세션

애플은 WWDC 2023에서 '당신의 게임을 맥으로 가져오라'(Bring your game to Mac)는 세션을 진행했다. 이 세션의 핵심은 '게임 포팅 툴킷'(Game porting toolkit)이었다. 게임 포팅 툴킷은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애플 PC의 방향을 틀게 할 중요한 단서로 꼽히고 있다. 게이머들에게는 맥에서도 이렇게 게임이 잘 돌아간다는 쇼케이스였고 게임사에는 맥용 게임을 출시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애플 실리콘의 새로운 사용처를 선보인 셈이다.


마침 WWDC 2023이 열린 다음 날 한국을 시작으로 '디아블로4'가 공개됐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절묘한 상황이다. 디아블로4는 애플 실리콘과 게임의 궁합을 확인하기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였다. 체험자들의 평가는 합격점이다.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환경에서 이 정도면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애플 실리콘은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인텔 CPU를 사용한 노트북PC에 비해 배터리로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저렴했으며 더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애플 실리콘을 사용한 맥 컴퓨터가 등장하자 상당수 유튜버가 영상 편집을 위해 애플 실리콘 M1과 M2를 사용한 맥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맥은 생산을 위한 도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애플 실리콘 PC와 스마트폰의 상황은 또 다르다. 아이폰은 엔터테인먼트 도구다. 아이폰은 '원신'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이머들에게는 원신 게임을 얼마나 부드럽게 실행할 수 있느냐가 스마트폰의 성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면 원신 게임을 사용해본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 애플은 아이폰Xs를 기점으로 게임 실행 성능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질렀다. 삼성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사용한 스마트폰에 비해 아이폰의 게임 성능이 뛰어났다. 스마트폰 분야 애플 실리콘의 우위를 입증한 것이 게임이다.


맥컴퓨터로 하는 게임의 상황은 달랐다. 디아블로(Diablo), 발로란트(Valorant)와 같은 유명 PC용 게임을 맥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게임들은 맥OS 용으로 나오지 않는다. 인텔 CPU 기반 맥 컴퓨터를 사용하면 MS 윈도 부트캠프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성능상 제약이 많았다. 맥컴퓨터로 게임을 하겠다는 건 게임에서 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애플이 인텔 CPU를 사용한 PC 생산을 중단하고 애플실리콘 PC만을 생산하면서 윈도부트캠프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잡스의 첫 직업은 게임 기획자‥초심으로 돌아가나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아타리 게임기에서 실행중인 벽돌깨기 게임

애플은 정말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걸까. 아니다. 애플은 초기 맥 출시 이후부터 영상, 음향, 게임에는 진심이었다. 특히 게임은 애플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TV에 연결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던 비디오 게임기 회사 아타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저서 '스티브 잡스'에서도 잡스가 정보통신기술에 진입하게 된 계기를 아타리 입사로 설명한다. 잡스는 1974년 리드 대학을 자퇴하고 아타리에 입사했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는 '즐기면서 돈 버는 곳'이라는 구인 문구에 끌려 아타리를 찾아갔다. 아타리는 히피의 몰골을 하고 와 자신을 채용하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잡스를 직원으로 받아들였다. 아타리 입사 후 인도 여행을 다녀온 잡스는 벽돌 깨기 게임인 '브레이크 아웃'(Break Out)을 선보였다. 기획은 잡스가, 개발은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의 몫이었다.


브레이크아웃은 '애플2' PC에서 처음 할 수 있던 게임이기도 했다. 울티마, 페르시아의 왕자, 로드러너와 같은 80년대 대박 게임이 처음 등장한 것도 애플2였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애플2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게임기와 인텔 CPU기반 PC에서 대박을 냈다. 페르시아의 왕자가 출시된 1989년 애플2의 성능은 인텔 CPU 기반 PC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애플2 컴퓨터에서 실행중인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이후 게임을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DOS나 윈도 운영체제, 인텔이나 AMD의 CPU, 엔비디아나 AMD의 그래픽가속기(GPU)가 '국룰'로 자리 잡았다.


게이머들은 최고의 CPU와 GPU를 사용해 상대보다 먼저 적을 발견하고 타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 국룰이 변곡점을 맞았다. 애플이 게임을 향한 진심을 보이며 레드오션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애플이 게임을 강조한 것은 시장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다. 애플은 이제 인텔을 넘어 엔비디아의 영역까지 넘본다. 애플이 GPU 코어를 품고 있는 시스템온칩(Soc) M, A 시리즈 칩으로 CPU와 별개로 작동하는 엔비디아의 GPU를 당장 추월하기는 어렵지만, AI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 흐름은 새로운 물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GPU 명가 엔비디아 견제용?

엔비디아(Nvidia)의 GPU는 인공지능(AI) 학습과 가상화폐 채굴용 용도로 급부상하며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제왕이 됐다. 엔비디아는 오로지 반도체 설계만 하는데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이상의 성과다. 애플이 해마다 엄청난 수의 아이폰과 에어팟,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팔아서 만든 시가총액이 3조달러다.


AI가 중요한 포인트지만 여전히 PC용 GPU는 엔비디아의 핵심 수입원이다.


[애플 쇼크웨이브](19)"디아블로4가 맥북에서 돌아가다니!" 엔비디아의 지포스 그래픽카드

다만 최근 엔비디아의 실적에서 PC용 GPU가 차지하는 비중과 성과는 하락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향후 AI 용 칩에 집중할 수도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본업이었던 GPU가 점차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기술 전문매체 테크 레이다는 엔비디아가 소비자용 GPU 시장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내놓았다. 이는 애플에는 기회다.


애플 전문 매체 맥월드도 게임포팅툴킷이 맥의 게임 문제를 해결할 첫 단추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많은 게임사가 맥용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업계 1위 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를 인수하는 상황도 애플이 게임에 더 무심할 수 없는 요인일 수도 있다.


만약 애플 컴퓨터에서 본격적으로 게임이 작동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친숙한 젊은 층을 맥컴퓨터로 끌어들일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애플이 지금 서비스 중인 아케이드게임으로는 부족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0년 애플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던 게임 '헤일로'(Halo)의 개발사 번지(Bungie)를 전격적으로 가로챘다. 잡스의 분노를 자아냈을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자사 게임기 엑스박스를 통해 선보인 헤일로로 게임기 시장의 거인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PC와 게임기를 통해 쌓아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은 애플에도 높은 벽이다. 애플은 이미 벽을 깨본 경험이 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며 당시 스마트폰을 주도하던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몰락했음을 상기하며 게임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추정했다.



프로 게이머 페이커가 애플 실리콘 컴퓨터로 리그오브레전드(LOL)을 플레이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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