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꾸미고…스마트폰으로 경험 못 하는 '놀이 문화'
한국 네 컷 즉석사진도 "자연스럽다" 인기
"프리쿠라(즉석 사진)가 세상에 나온 지 2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쿠라'로 불리는 즉석 사진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스티커 사진' 등으로 이름을 알렸던 즉석 사진 기계에 MZ세대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열풍에 힘입어 한국에서 최근 유행하는 네 컷짜리 즉석 사진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화질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시대에 왜 MZ세대는 다시 프리쿠라에 열광하는 걸까. 일본 언론도 기술 발전과 별개로 사랑받는 레트로 문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Z세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프리쿠라 사랑'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 하라주쿠 등 번화가에서는 이 기계를 수십 대씩 놓은 곳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평일에도 학생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니케이는 일본 프리쿠라 업체 후류 관계자를 인용해 "스마트폰은 적이 아니라 프리쿠라와 공존하는 관계가 됐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사진을 자주 찍는 사람일수록 프리쿠라도 더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쿠라 기계는 스마트폰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프리쿠라 기계 '마이 팔레트'는 '스마트폰 플랜'을 제공한다. 사진 촬영 시 사진 촬영 공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놓고 60초 동안 자유롭게 동영상과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석 사진을 찍는 모습을 공유하는 수요가 많아 이를 기능으로 추가했다.
스마트폰의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앱)과 마찬가지로 세밀한 보정 기능도 도입했다. 먼저, 단순히 눈을 키우고 얼굴 크기를 줄이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귀여움', '어른스러움', '자연스러움' 등 원하는 얼굴 이미지를 선택하면 한 번에 얼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형별 리터치가 생겼다. 눈의 경우에도 크기나 윤곽을 각각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화면에 담아낼 수 없는 감성도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했다. 니케이는 후류가 10~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연간 200회 이상 실시한 그룹 인터뷰 조사를 인용, 프리쿠라를 찍는 현상의 기저에는 '기념', '놀이', '꾸미기'라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후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프리쿠라를 촬영한 10~20대 150명에게 사진을 찍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그날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0%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고 낙서를 할 수 있어서"였다. 니케이는 "그림이나 글씨를 쓸 수 있는 낙서 기능, 스티커 등으로 얼굴을 꾸밀 수 있는 합성 기능이 Z세대에게는 하나의 놀이가 됐다"며 "스마트폰으로는 이러한 요소들을 동시에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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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쿠라 열풍 덕분에 한국의 즉석 사진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큰 눈과 하얀 피부 등 보정을 강조하는 일본 프리쿠라와 달리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틈새 수요를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네 컷짜리 한국 즉석 사진 기계 ‘포토이즘’은 올해 일본에 1호점을 내고 진출했는데, 방문객이 많아 올해 안에 일본에 30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포토이즘 관계자는 "과도한 꾸밈을 지양하는 수요가 의외로 많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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