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명의 결혼 상대자가 있다. 인품 좋고, 앞길 창창하고, 외모도 출중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이름이 ‘박하늘별구름’으로 길다는 것. 당신은 다만 이름이 길다는 이유로 상대를 거절할 수 있겠는가.
어림도 없는 이야기 같지만 취업 준비 현장에선 흔한 일이다. 프랑스나 독일, 일본 기업 중에는 이름이 길고 어려운 기업이 많고, 이런 이유로 글로벌 500위 안에 들면서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인사담당자가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팍팍한 취업 준비 현실에 오아시스가 되어줄 이런 기업이 대체 어디 있냐고? 취업 전문가의 컨설팅 족보를 뒤져 다섯을 뽑았다. 이공계 채용을 주로 하는 회사 같지만 엔지니어뿐 아니라 영업, 영업관리, 경영지원, 공급망관리(SCM), 마케팅 등을 고루 뽑고 있으니 문이과, 남녀 가리지 말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가 비테스코테크놀로지스다. 자동차산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콘티넨탈그룹을 잘 알고 있을 터. 콘티넨탈은 지멘스와 함께 ‘가장 가고 싶은 외국계 제조기업’으로 꼽힌다. 독일 하노버에 본사가 있고 타이어, 파워트레인 등을 제조한다. 비테스코테크놀로지스는 콘티넨탈 그룹의 자회사로 2019년에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에서 회사명이 바뀌었다. 변경된 사명 때문에 동종업계 현직자도 잘 모르는 숨은 기업이다. 콘티넨탈 한국 지사는 1000명 이상의 직원 수, 평균 연봉 6000만원 이상, 수평적인 문화 등 외국계 기업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두 번째가 일본계 반도체 기업인 아드반테스트다. 반도체 검사장비 분야의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캐나다의 테크인사이츠가 뽑은 ‘글로벌 Top 10 반도체 장비 기업’ 에서 ASML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정도의 최강자.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이름이 어려운 데다 천안에 위치해 지원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국내 직원 수만 200명이 넘고, 상하반기 공채를 실시하며, 평균 연봉도 높고, 근무조건도 좋다는 평을 받는다.
세 번째가 독일의 스킨케어 기업 바이어스도르프다. 립 케어, 자외선 차단 분야에서 글로벌 최상위 점유율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니베아, 유세린, 라프레리 등이 있는데 제품은 알아도 기업 이름은 잘 모르기 때문에 채용 공고가 나와도 지나치기 쉬운 기업이다. 로레알과 P&G의 드높은 경쟁률에 지친 소비재 기업 취준생이라면 이 회사의 마케팅, 경영지원 파트 채용 공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다. 지난 100년간 인슐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려온 굴지의 기업이다. 국적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남녀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며 여성 관리자 비율이 40%가 넘는다. 국내 지사에는 24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워킹맘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을 정착시켰다.
다섯 번째가 미국의 메드트로닉이다. 매출액 기준 세계 1위의 의료기기 기업으로 복강경수술 도구 시장의 최강자다. 국내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었고, 직원 수도 꾸준히 늘어 한국 지사에만 500명 넘게 근무한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재직자의 복지 만족도 조사 1위의 기록이 있고 재택근무, 유연근무,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가 정착되어있다.
업계 종사자가 아닌 보통의 취준생이나 취준생 부모가 위의 기업을 이미 알고 있다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다. 이름만 아는 기업에 무턱대고 지원한 것이 아닌 자신이 갈 산업과 기업을 공부한 뒤 뾰족하게 만든 취준 리스트니까.
이숙은 이씨책방 대표, '취업의 뼈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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