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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규제의 당위성, 그리고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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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필요로 만든, 지켜야 할 선
적용 과정에서 부작용 없는지 살펴야

[시시비비]규제의 당위성, 그리고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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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외치는 구호 중 하나가 규제 개혁이다. 지금껏 여러 정부에서 '신발 속 돌멩이' '모래주머니' '손톱 밑 가시' '전봇대' 등 요란한 문구로 규제 담장을 허물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결론은?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헤아려보면 직전 정부에서 규제가 오히려 더 늘어난 사례가 많았다.


규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공정한 경쟁 등 여러 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규제를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 향상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바람직한 경제사회질서의 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얼핏 OECD의 정의만 보면 규제가 필수불가결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규제만큼 밉상인 것도 흔치 않다. 그래서 여건이 변해 필요성이 없어졌거나 목적 달성에 비효율적인 내용이 있을 때, 국민의 편익을 높이거나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될 때 규제를 소폭이든 대폭이든 완화하곤 한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도마에 오른 차익결제거래(CFD) 상품 관련 규제 완화가 그랬다. 국민의 편익을 높이거나(개인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로 공매도 대체 수단 등 제공),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 활성화) 차원에서 CFD 관련 규제의 벽을 낮췄다.


그에 따른 결과는 다들 아는 대로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구속된 라덕연 일당은 CFD를 주가 조작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관련 규제를 대폭 손질했다. 개인 투자자의 CFD 투자 문턱을 대폭 낮췄던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도 CFD 신규 거래를 앞다퉈 중단했다.


소 잃고, 급히 소도 들어오지 못하게 외양간을 고친 격이다. 지난 몇 년 사이 CFD 관련 경고음이 여러 번 울렸을 때 문제점이 없는지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라덕연 일당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그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들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태가 터지면 상황을 불문하고 일괄 적용하는 획일성과 규제 적용 또는 완화 후 부작용을 추적해 바로잡지 않는 안일함이나 무책임함이 늘 문제다.


이미 있는 규제를 정확하게 적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이 머니마켓랩(MMW)·신탁 상품 운용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 해선 랩·신탁 상품에 편입한 채권의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쟁점이다. 당국에서는 증권사들의 잘못된 영업행위를 탓해야지 평가 잣대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규제를 정확하게 적용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모호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자의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며 영업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규제의 사각지대 또는 허점을 당국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증권사들을 들여다보겠다고 하지만 1개 증권사당 2주~4주는 걸릴 일이라 올해 안에 검사가 끝날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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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필요로 만든 규제는 기본적으로 없애야 할 악이 아니라 지켜야 할 선이다. 우선 제대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으론 적용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문제가 없는지 계속 살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상황이나 여건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고쳐서 쓰거나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잔디깎기 식으로 무조건 밀어버리면 곤란하다.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 nam91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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