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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시인 함형수는 1935년 동아일보에 <마음의 단편>을 내놓은 이래 다수의 시를 발표했다. 1936년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등과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고, 1939년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마음>이 당선되면서 생명파다운 열정과 기발한 시상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사변적·퇴폐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소년적인 애수가 담긴 시가 주류를 이룬다. 무덤 앞에 빗돌을 세우지 말고 노란 해바라기를 심어달라는 <해바라기의 비명>은 그의 대표작으로 문학사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광복 직후 마음의 병을 얻어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글자 수 315자.
밤이 되면 밤마다 나의 마음속에 켜지는 조그만 촛불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꺼질 듯 꺼질 듯
나의 외로운 영혼을 받쳐주는
희미한 불빛
그는 나에게 한없이 깊은 묵상을 가져오고,
한없이 먼 나그넷길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고요히 하늘가 그 어데
성스런 곳에까지 나를 인도합니다.
아-밤이 되어야 눈뜨는
가련한 이내 몸이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날 인도하는
외로운 촛불이여
드디어 밝은 새벽이 찾아올 때
나는 이 촛불을 끄고
나의 두 눈을 감아야 합니다.
눈부신 아침 태양을-
그리고 복잡한 아침 거리를 보지 않기 위하여-
아 여명을 무서워 떠는
새까만 이 내 눈동자여
-함형수, <마음의 촛불>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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