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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현대重, 자체 위험성평가로 "재해율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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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산재 줄인다" 현장 점검회의부터 체험교육까지
안전 조직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 신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에 전담 통역 지원도

"이제 표준 작업 지도서를 통해 현장 위험성평가를 하겠습니다. 오늘 새벽에 비가 왔는데요,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말해보실 분 계십니까?"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험성평가를 내세우고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26일 고용노동부 기자단은 근로자들 간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가 한창인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업 현장을 찾았다.


TBM은 위험성평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작업현장 인근에서 감독자와 근로자들이 공구를 들고 모여 작업 내용과 안전에 관해 의논하는 사전 활동이다. 위험성평가란 사업장 유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부상·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중대성을 결정해 감소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뜻한다. 약 10분간 이어진 활동을 통해 이들은 작업장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공유하고, 인공지능 사고 유형 예측 프로그램으로 사고 확률까지 확인했다.

[르포]현대重, 자체 위험성평가로 "재해율 32%↓" 26일 HD현대중공업 협력사 근로자들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시연을 실시하는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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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 이같은 위험성평가가 강조되는 이유는 고소작업·밀폐작업, 다양한 형태의 중량물 작업, 용접·절단 등 가연성 가스를 이용한 화기작업 높은 숙련 수준을 요구하는 고위험 작업이 많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달라져 협력업체 및 인력 교체가 빈번하고 사고 위험이 더 크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조선업 사망사고의 70%가 하청업체에서 일어나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원·하청 협력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기자단은 이날 HD현대중공업과 협력사 ㈜금영산업의 현장 안전활동 TBM을 포함해 위험성평가 운영상황,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현황 등을 확인했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기준에 따라 정기·수시·현장 등 3가지 위험성평가 체계를 통해 작업장 내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협력사 근로자들은 소속 회사의 위험성평가 시 관리감독자와 함께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운영위원 1명과 실행위원 2명(노사 각 1명)으로 구성된 위험성평가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작업자가 참여하는 정기안전보건 교육 내 위험성평가 교육을 실시한다. 노진율 사장(안전통합경영실장)은 "'안전 최우선' 원칙을 기반으로 지난 3월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안전기획실과 현장안전을 담당하는 각 사업부 안전조직이 통합돼 안전통합경영실(243명 규모)로 개편되는 등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관리 강화도 한 축이다. 이준영 안전통합경영실 상무는 "중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등 27개국에서 입국하는 근로자들이 지난해 9월 1200명 수준에서 이달 2400여명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내 전담 통역사와 무선 송수신기를 도입했으며, 입사 대기자 사전 안전 학습 영상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입사 7개월 차가 되면 국적별로 4시간, 반기 4시간 특별안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날 기자단은 조선소 야드(현장) 내 위치한 통합안전교육센터도 방문해 외국인 근로자의 교육 모습을 지켜봤다. 연면적 1100평 규모 통합안전교육센터에는 곤돌라·발판·크레인·전기기계·취부·사상·도장·용접 등 여러 작업과 시설 사용을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들러 보수 교육과 낙하 체험 등을 하는 체험형 교육 공간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존에 선박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실습장"이라며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작업을 이론 교육을 넘어 실제처럼 경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습 기구에는 외국인들이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설명 그림이 붙어있었다. 교육은 강사가 한국어로 사용 방법을 설명하면 전담 통역사가 순차 통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치공구 체험 교육을 받은 입사 7개월차 태국인 근로자 찬반태씨(34)는 "교육과정과 안전수칙을 모국어로 익힐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르포]현대重, 자체 위험성평가로 "재해율 32%↓" 26일 외국인 근로자들이 통합안전교육센터에서 공구 활용 안전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올해 HD현대중공업이 계획한 안전·보건 예산은 3085억원. 지난해 실적(2712억원)보다 13.7% 늘린 수치다. 2027년까지 재해율 0.15 이하, 사망만인율(사망자수 / 상시근로자수 × 1만) 0.29 이하, 안전문화 지수 3.7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방침도 수립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재해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32%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영석 부회장은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자율안전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사의 통합 안전문화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안전 수준을 진단하고, 지능형 관제시스템 고도화로 사각지대가 없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전체적인 안전문화 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에는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5사(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원청과 하청 기업이 맺은 협약이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늘리고,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재하도급을 줄여 사내 협력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용부와 매월 조선 5사 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실무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각 조선사의 협약 이행 과제 실적을 점검한다"며 "유관조직과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생협약이 긍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나아가 6월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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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용부는 지난 22일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을 개정한 바 있다. 그동안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중소사업장에서는 참여가 저조했던 고시를 쉽게 바꾸고, 평가 전 과정에 근로자의 참여를 보장했다. 이정식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이번에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원청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울산 =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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