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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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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한반도를 본다. 위도 32~43도, 경도 125~132도. 한반도는 눈이 적은 데다 산이 높지 않아 만년설이 생성되기 힘들다. 만년설은 해발 4000m 높이에서 만들어진다. 만년설이 없으니 눈사태 사고가 일어날 일 또한 없다. 캐나다 로키산맥, 알프스, 히말라야에서는 눈사태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영어로 애벌란쉬(avalanche).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전문 산악인들에게 최악의 공포 상황은 눈사태다. 실제로 히말라야에서 발생하는 조난사고의 90% 이상은 눈사태가 원인이다.


오래전에 헬리 스킹(Heli skiing)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한번 헬리스키 맛을 알고 나면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는 시시해서 못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더 강렬하고 짜릿한 쾌감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헬리 스키는 엑스트림 스포츠의 끝판왕이자 절대 지존이다. 헬리콥터가 만년설이 쌓인 산의 정상에 스키어들을 내려놓는 것으로 헬리 스키가 시작된다. 그다음부터는 스키어들의 몫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쥐스탱 총리와 고 피에르 총리.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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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 국제면을 읽다가 알프스 만년설 사진이 크게 실린 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사진 설명은 눈사태 사고였다. 프랑스 쪽 영토인 알프스 몽블랑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6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였다. 2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눈사태 사고라고 한다. 그간 미디어에 보도되는 알프스 사진은 대개가 기후변화로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사라졌다는 기사였는데, 눈사태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오랜만이었다.


알프스나 히말라야 눈사태 사고를 접할 때마다 캐나다 총리를 두 차례 지낸 피에르 엘리어트 트뤼도(1919~2000)를 생각한다. 1968~1979년, 1980~1984년 15년 동안 캐나다를 이끈 피에르 트뤼도. 역대 총리 중 캐나다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 그의 총리 재임 기간 캐나다의 국가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세계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트뤼도를 만나고 싶어했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트뤼도는 1919년 몬트리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그는 몬트리올대학을 나와 하버드대에서 석사를 했고 영국으로 유학, 런던정치경제대학을 졸업했다. 캐나다에서 변호사 자격을 딴 뒤 몬트리올대학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쳤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작가로 활동하던 30대 시절의 피에르 트뤼도. 사진=트뤼도앨범

그의 경력에서 눈여겨 봐야 할 시간대는 1948년이다. 그는 동유럽, 중국, 홍콩, 인도차이나 등 세계를 여행했다. 특히 중국이 공산화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1950년대 들어 트뤼도는 몬트리올의 시사월간지에 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그의 필력과 통찰력, 비전에 공감하는 독자가 늘어갔다. 여기에 매력적인 외모까지 더해져 대중적 인기가 폭발했다. ‘트뤼도 현상’. 이 신드롬이 그를 현실 정치로 밀어 넣었다. 1968년 정치 데뷔 3년 만에 캐나다 총리에 당선됐다. 49살 미혼.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총각 총리. 그는 지성과 카리스마로 캐나다를 15년간 이끌었다. 프랑스 다음으로 중국과 수교를 끌어낸 것도 트뤼도였다. 1970년대 데탕트의 물꼬를 튼 사람이 그였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두번째 총리 재임 시절의 피에르 트뤼도. 사진=CTVNEWS


트뤼도는 멋을 아는 남자였다. 그는 공식 석상에 나갈 때마다 언제나 상의 포켓에 빨강 장미꽃을 꽂고 나왔다. 종종 카이사르 헤어스타일을 하기도 했다. 카이사르 헤어스타일은 머리카락을 바짝 붙여 스타일링 하는 것을 말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완벽하게 갖춘, ‘뇌섹남’의 원조였다. 캐나다인은 그런 피에르에게 열광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데이트 중인 피에르 트뤼도 총리. 사진=구글

그는 미국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1942~)와 공개 연애를 했다. 캐나다 총리와 인기가수의 데이트. 최대의 화제였지만 두 사람의 데이트는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피에르는 스트라이샌드와 헤어지고 1971년 초 마가렛 싱클레어와 결혼한다. 트뤼도 52살, 마가렛 22살. 부부는 3형제를 낳았다. 쥐스탱(1971년생), 샤샤(1973년생), 미셸(1975년생)이다.


부부 사이는 몇 년 뒤부터 금이 갔다. 이목이 쏠리고 구속이 많은 ‘총리 부인’은 자유분방한 20대 부인이 감당하기에 힘겨운 자리였다. 마가렛은 여러 가지 구설에 휘말렸고, 결국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총리 재임 시절인 1984년 합의 이혼한다. 이혼 후 세 아들은 트뤼도가 키웠고, 그는 재혼하지 않고 몬트리올에서 살았다.


1994년 토론토 특파원으로 나가 있던 나는 트뤼도의 몬트리올 자택으로 인터뷰 요청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낸 인터뷰 요청서였다. 한달 쯤 뒤에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뜻밖의 정중한 편지에 깜짝 놀랐다.


“정계은퇴 후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지만 전부 거절해왔다. 나는 조용히 지내길 원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소식을 못 주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토론토에서 주어진 임무를 잘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빙하주립공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에는 빙하주립공원이 여러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코카네(Kokanee) 빙하공원이다. 험준한 캐니디언 로키산맥 등줄기의 한복판에 있는 빙하공원들이다. 오타와에서 대학을 마친 트뤼도의 막내아들 미셸은 이 주립공원의 레드마운틴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셸은 쉬는 날 친구들과 주립공원에서 백컨트리 스킹(backcountry skiing)을 타곤 했다. 백컨트리 스키란 스키장에서 개발·관리하는 슬로프 바깥 지역에서 스키를 하는 것이다. 최상급 스키어가 아니면 불가능한 최고 난도 스키다. 백컨트리 스키는 헬리 스키와 더불어 최고의 쾌감을 선사하는 설상스포츠다.


1998년 11월 13일 금요일, 미셸은 친구 2명과 레드마운틴 리조트에서 백컨트리 스킹을 시작했다. 스키를 타고 중간쯤 내려왔을 때 갑자기 눈사태가 일어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눈사태가 미셸을 덮쳤다. 미셸은 눈사태에 휩쓸려 빙하호수로 쓸려 들어갔다. 친구들이 손을 쓸 틈도 없이 사고가 벌어졌다. 곧바로 수색 작업에 들어갔지만, 미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빙하호수가 얼어 있어 잠수부들의 수색에 한계가 있었다. 트뤼도 집안은 수색 종료를 선언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1998년 11월 20일 몬트리올의 한 성당에서 미셸의 시신없는 장례식 직후. 왼쪽부터 피에르, 샤샤, 전부인 마가렛, 쥐스탱. 사진=트뤼도앨범

사고 일주일 뒤 1998년 11월 20일, 몬트리올의 한 성당에서 시신이 없는 미셸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한참 뒤에 트뤼도 집안은 미셸이 익사한 빙하호수에서 가까운 샬레 옆에 추모비를 세웠다.


내가 이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은 장례식에 참석한 피에르 트뤼도의 눈빛이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트뤼도, 둘째 아들 샤샤, 전 부인 마가렛, 첫째 아들 쥐스탱이 나란히 선 사진. 일흔아홉 늙은 아버지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만이 느끼는 깊은 슬픔. 큰형 쥐스탱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었다. 막내아들을 잃고 나서 스핑크스 같던 거인의 정신력은 급격히 하강 곡선을 그었다. 2년 뒤 눈을 감았다.


캐나다인은 정파를 넘어 트뤼도가(家)에 깊은 연민을 공유한다. 이것은 미국인이 불행이 끊이지 않는 케네디가에 연민을 가진 것과 흡사하다. 그래서 캐나다인은 피에르가 남긴 두 아들에 관심을 가져왔다.


첫째 쥐스탱은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몬트리올로 돌아와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했다. 그는 일찌감치 정치에 뜻을 두고 자유당 청년위원회 활동을 하며 정치를 배웠다. 2008년 몬트리올에서 첫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2013년 자유당 총재가 된다. 이어 2015년 총선에서 자유당 승리를 이끌며 총리에 올랐다. 아버지보다 5년이나 빠른 44살. 캐나다인은 쥐스탱에게서 피에르를 느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쥐스탱 총리 방한, 캐나다인은 왜 트뤼도家를 연민하나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올해는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마침 쥐스탱 총리가 지난 5월 17일 한국을 방문했다.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가 총리 시절 한국을 방문한 지 40여년 만이다. 쥐스탱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국회 연설도 했다. 그리고 경기도 가평을 방문해 6?25 당시 가평전투에 참전했던 캐나다군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국회 연설에서 쥐스탱 총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는 한국과 협력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캐나다와 한국이 (북한 인권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 한국인들이 43년 전 광주민주화 운동 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선택한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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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은 지금 중국의 내정간섭과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강력한 반중(反中)자유민주연대를 부르짖는 중이다. TV 카메라에 잡히는 쥐스탱 총리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만 아버지 피에르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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