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우정본부, 기념우표 초안 공개
앞서 테러 두고 '러시아 자작극' 주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크렘린궁 '드론 테러' 기념 우표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렘린궁 테러에 대해 러시아 측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 우정사업본부 '우크포슈타' 기관장인 이고르 스멜얀스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불타는 크렘린궁' 우표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이번 우표는 한 우크라이나 하원 의원이 처음 제안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크렘린궁 드론 테러 관련 영상을 게재하며 "새 기념우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생각해 보겠다"라며 호응하는 듯한 답글을 남겼고, 이후 몇 시간 뒤 스멜얀스키는 "우크포슈타는 의미 있는 기념우표를 선도적으로 발표해 왔다. 성벽 너머 누군가(푸틴)가 정말 좋아할 것"이라며 '불타는 크렘린궁' 우표 발행을 공식화했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전쟁 발발 이후 자국 군대의 영웅적인 모습, 러시아군의 굴욕적인 순간 등을 기념우표로 만들어왔다. 지난해 4월 흑해 '뱀섬'에서 러시아 군함에 맞서 교전을 펼친 경비대원들, 6개월 뒤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해협을 폭파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이날 크렘린궁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해 공격을 시도했다"라며 "2대의 무인기가 크렘린궁을 겨냥했으나 군의 전자전 체계로 이들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진 테러 당시 영상을 보면 작은 무인기가 크렘린궁 지붕을 향해 날아가 폭발하는 모습이 선명히 촬영돼 있다.
크렘린궁은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로 간주하며 그 배후를 우크라이나로 지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주장을 즉각 부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방문 중 "우크라이나는 푸틴, 또는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테러가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당국은 최근 모스크바를 포함해 자국 내 방공 능력을 강화했는데, 드론 2대가 여러 겹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크렘린 심장 바로 위에서 폭발하거나 격추됐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SW는 "이 사건에 대한 크렘린의 대응도 즉각적이고 일관되며 조율됐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