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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미술관]③금융당국의 상생금융과 고리대금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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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플랑드르 무역·금융 번성…금융업자에 부정적 인식
기독교적 세계관 흔적…한국은 은행의 공공성 강조

[여의도 미술관]③금융당국의 상생금융과 고리대금업자 캉탱 마시스의 환전상과 그의 아내(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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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5%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3%대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고금리 우려는 다소 잦아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의 '상생금융' 행보는 거침없습니다.


이 원장은 다음 주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방문합니다. 앞서 4대 금융지주를 방문해 '상생금융 간담회'를 가졌고, 이번에는 두 은행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 원장의 은행권 현장 방문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강조하면서 서민들의 고통 분담에 은행권이 동참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해 "고금리로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국민 경제의 일원으로서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가세했습니다. 지난 4월 6일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손쉽게 예대마진으로 역대 최고의 이익을 거두고 미래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당장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의 발언을 두고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들에 경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을 향해 금리를 올리지 말라니요?


이자 장사를 부정한 역사…명화 속 고리대금업자들

"너희가 나의 백성에게, 너희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도 안 되고, 이자를 물려서도 안 된다."


탈출기 22장 24절


[여의도 미술관]③금융당국의 상생금융과 고리대금업자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의 세리와 그의 아내(1538).


은행업의 본질은 '이자 장사'입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금융업(이자 장사)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성경은 이자를 금지하고, 고전 '베니스의 상인' 속 샤일록은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첫 번째 그림은 15세기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화가 캉탱 마시스의 '환전상과 그의 아내'입니다. 국내에서는 '고리대금업자와 그의 아내'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플랑드르는 지금의 네덜란드 서부와 벨기에 북부를 말합니다. 북쪽의 발트해 국가와 남쪽의 지중해 국가, 동쪽의 영국과 서쪽의 대륙을 연결하는 지역에 위치해 이른바 '맵빨(지리적 이점)' 덕분에 국제무역이 발달했습니다. 국제무역이 번성하는 지역은 각국의 화폐를 교환하는 환전, 돈을 빌려주는 대출 등 금융업도 함께 발달합니다. 자연스럽게 부를 쌓은 중산층도 많았습니다.


중세를 막 벗어난 15세기 플랑드르는 기독교적 가치관 아래 세속(자본주의)의 기쁨을 막 알아가는 시기였던 셈입니다. 그림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붉은 옷을 입은 아내는 성경을 읽고, 푸른 옷을 입은 남편은 돈을 셈하고 있습니다. 신성과 세속이 공존하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15세기 플랑드르 화풍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남편을 볼까요? 그의 옷을 장식한 담비털은 당시 사치품 중 하나였습니다. 목과 소매 끝을 감싼 담비털의 촉감과 부피가 화면 밖으로 느껴집니다. 돈을 쥔 손은 푸른 힘줄과 뼈마디가 마치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여의도 미술관]③금융당국의 상생금융과 고리대금업자 캉탱 마시스, '환전상과 그의 아내(1514)' 부분

부인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세밀함에 놀라게 됩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이는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도상입니다.


지금은 파란색이 성모마리아를 상징하지만, 15세기에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등은 붉은 옷을 입은 마리아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세밀한 묘사, 강한 디테일은 15세기 플랑드르 특징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로 상징성 역시 고유한 특징으로 꼽힙니다. 그림 하단 중앙에 놓인 작은 원형 거울을 볼까요? 창을 통해 하늘과 바깥 풍경이 보입니다. 창틀은 마치 십자가처럼 보입니다. 남편이 화폐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저울은 신앙인의 양심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화면 뒤 선반을 보면 선악과가 연상되는 사과가 눈에 띄네요. 이자, 환전 등으로 부(세속)를 축적한 부부가 신앙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그림은 벨기에 작가 마리누스 반 레이메르스바엘이 캥탱 마시스의 작품을 오마주한 것입니다. 구도와 주제는 같지만 디테일한 묘사와 배경의 도상학 등을 보면 캉탱 마시스의 작품이 더 강렬합니다.


외환위기의 기억…세금 넣어 살린 은행 '공공성' 역할 기대

[여의도 미술관]③금융당국의 상생금융과 고리대금업자 우리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가까스로 퇴출위기에서 벗어났던 경험이 있다.


이자, 대출 등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스스로 경계하며 신앙적 가치를 더 우위에 두었던 15세기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여전히 금융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무리한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벌인 것도 아니라, 은행으로선 다소 억울할 만합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을 향해 손쉽게 이익을 거둔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주요 은행들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당시 상업은행과 한빛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에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쏟았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지난해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했습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은 1.29%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4대 금융지주의 은행들은 모두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과 합병을 통해 새로 출범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상생'을 강조하며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을 압박하는 배경입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별개로 대외 이슈 때문에 시장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에 대해 '미세 조정'하는 차원에서 발언이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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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장 금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들을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기 힘들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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