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낭예 박사(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펴낸 <상징으로 보는 세상> 가운데 상상 속의 '용'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예로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용은 매우 중요하고 신령한 동물로 여겨져 온 반면, 서양에서는 주로 퇴치하고 물리쳐야 할 악한 존재로 인식돼 왔다. 용과 '드래곤'은 무엇이 달랐는지, 시대가 변하면서 이같은 이분법적 상징성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함께 읽고 따라 써보자. 글자 수 929자.
서양에서의 용은 퇴치해야 할 악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중세에는 용을 물리친 기사가 영웅이었습니다. 영국의 수호성인 성 게오르기우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영웅 페르세우스가 용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바다 괴물을 물리치고 제물로 바쳐진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해 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빼앗긴 왕좌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아손의 이야기에도 잠들지 않고 황금 양털을 지키는 무서운 용이 등장하지요.
이렇게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은 둘 다 상상의 동물이지만 성격은 매우 다릅니다. 동양의 용이 비를 내리게 한다면 서양의 용은 불을 뿜습니다. 또 동양의 용은 깊은 바닷속의 용궁에 살지만 서양의 용은 바위틈이나 어두운 동굴 속에 삽니다. 영화 <호빗>에서 용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탐욕스럽게 온갖 보물을 지키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가 변화하면서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을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볼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경우 애니메이션 <슈렉>에 등장하는 용은 덩치는 크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는 용이 주인공의 둘도 없는 단짝으로 나오지요.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동양의 용은 상징성이 많이 퇴색된 듯합니다. 이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갖게 했던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집안이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이지요.
용이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용의 상징성만큼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켜 주는 수호의 상징이자, 오랜 고난 끝에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희망의 상징으로 말이지요. 여러분도 용처럼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랍니다.
-김낭예, <상징으로 보는 세상>, 창비교육, 1만5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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