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현 산림청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립산림과학원장 재질 시절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에서 ‘나무 껴안기(Tree Hughes)’행사에 참여한 사진을 올렸다. 남 청장은 "‘나무야! 고맙다’라고 말하면서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한번 껴안아 달라"고 말했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나무를 껴 안으며 고마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권유다. 그는 "산과 나무와 숲이 늘 우리 곁에 있기에 오늘도 행복하다"면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남 청장은 앞서 ‘하루만보 하루천자’운동 동참 메시지에서도 "산림청도 국민들이 숲길을 걸으며 건강을 지키고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전국에 1만 1천개 노선 4만 2000여㎞의 숲길을 지정·관리하고 있고, 지난해 9월에는 한반도 동쪽과 서쪽을 잇는 849㎞의 동서트레일 조성도 착수했다"고 소개했다ㅣ. 이어 "도심과 가까운 곳에 수목원, 정원, 휴양림, 산림욕장, 치유의 숲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숲을 접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걷기 좋은 숲, 추천 숲길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남 청장은 산림청이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선정한 ‘걷기 좋은 명품숲길 30선’을 소개했다. 남 청장은 "하루 정도의 산행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좋아 국민이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숲길 중 산림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고 자연적으로 잘 조성된 숲길을 명품숲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최우수 숲길인 ‘인제 자작나무숲(달맞이 숲길)’은 작은 계곡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늘어선 자작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우수 숲길인 ‘숫모르 편백숲길’은 한라산 자락 해발 600∼700m에 위치해 원시 식생을 관찰할 수 있어 산림생태적 가치가 높고 ‘백양산 나들숲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편의시설이 잘 정비되어 등산 초보도 오를 수 있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만수산 무장애숲길’과 ‘안산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유모차 등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숲은 휴식 공간을 넘어 건강과 심리회복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코로나19 의료진과 방역·산불진화 인력 등 총 38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서안정은 참여 전 60.03점 에서 참여 후 78.71점으로 31%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38.93점에서 19.27점으로 49% 개선 효과가 있었다.
산림치유 효과는 숲에 따라 다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기존 산림치유의 효과에 대해 보고된 8000건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당 400본에서 800본의 나무가 있는 숲에서 인체에 다양한 산림치유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400~800본 범위에서 불안과 분노 등 부정 정서의 완화와 주의력 증가 효과가 가장 컸으며, 활력 증진에도 효과를 나타냈다. 숲의 수관율(가지와 잎이 울창한 정도) 또한 50%∼80% 내외일 때 정서 개선과 주의력회복 효과가 가장 높았다. 숲이 과밀해질수록 오히려 효과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숲을 이루는 나무와 잎의 무성한 정도는 방문객이 숲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개방감, 쾌적함, 편안함, 미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울창한 숲은 웅장한 자연을 느끼게 하지만, 과도한 밀도의 숲은 자칫 시야를 좁히고 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방문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반대로 나무가 너무 적거나 개방된 숲은 탁 트인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자칫 지루하고 단조로워 산림치유 효과가 줄어든다.
산림청은 산림치유 체험과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시범사업의 포인트적립을 연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 예방형(15개 지역) 대상자가 전국에 조성된 ‘국립 치유의 숲’ 10개소, ‘국립산림치유원’, ‘공립 치유의 숲’ 31개소 등에서 산림치유를 체험하고 ‘산림치유 체험 이수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다. 건강생활실천지원금제는 일반건강검진 결과 혈압, 혈당 등 건강위험요인이 있는 국민이 걷기나 산림치유 체험 등의 건강생활을 실천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7월29일부터 전국 24개 지역(예방형 15개 지역, 관리형 9개 지역)에서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남 청장은 1958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산림청에서 38년 넘게 근무하면서 과장, 국장 등을 거쳐 국립산림과학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었다. 국민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에서 특임교수, 초빙교수 등을 역임하다 2022년 5월 13일 윤석열 정부의 첫 산림청장으로 임명됐다. 남 청장은 산림에 대해 자연 그대로가 아닌 중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인식이 바뀌는 변화에 맞춰 산림정책도 바꾸고 있다. ‘산림 르네상스’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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