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구조조정을 벌여 온 일본 빅3 완성차 업체 닛산이 결국 투자적격 등급을 상실했다.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 속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첫 기업이 됐다.
7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닛산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밝혔다. BBB-는 투자 등급, BB+는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투기(정크) 등급에 해당한다. S&P는 닛산의 실적이 애초 예상에 비해 저조하고 올해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등급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보수적인 재무 통제 규율과 건전한 재무 상태 유지 기대감에 따라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이번 달 끝나는 2022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3600억엔(약 3조4555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닛산은 리먼 쇼크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뒤 2019년부터 2년간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
흑자 전환 전망에도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유로는 판매량 부진이 꼽힌다. 닛산은 지난해 일본 외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말(4~12월) 기준 닛산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241만1000만대로 전년 동기(49만5000대) 대비 크게 줄었다. 북미 시장 판매량(미국, 멕시코와 캐나다)은 70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하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각각 20.4%, 17.8% 줄면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엔저(엔화가치 약세) 효과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공급망 혼란에 따른 생산 차질을 일부 만회했지만,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그 이점마저 사라지고 있어 전망은 더욱 밝지 않다.
S&P는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면서 북미와 유럽 지역의 판매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판매 부진이 가격 하락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닛산은 2024년 회계연도에 360만~370만대의 자동차 판매 대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망에서 목표했던 540만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S&P는 "올해 하반기 미국과 유럽 내 신차 매출 둔화가 판매 가격을 압박할 것"이라며 "회사의 실적이 3년 이상 부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매와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향후 1~2년간 닛산이 계속해서 경쟁사에 비해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거나, 북미나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더 떨어질 경우 등급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향후 12~18개월 동안 판매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다면 등급 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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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완성차 업체인 닛산은 1999년 지분 교차 보유를 통해 르노와 얼라이언스를 체결했으며, 이듬해 미쓰비시가 합류함에 따라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으로 확대됐다. 닛산은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구속 등 내분과 권력 암투 속에서 경영난이 크게 악화되면서 코로나19 이전부터 혹독한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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