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 연구 결과
1년 학습 성취도 35% 저하돼
독해보다 수학에서 더 큰 타격
"방치땐 노동시장 진입 어려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시절 학교에 다닌 어린이들은 학습 성취도가 30% 이상 떨어졌으며 특히 수학에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회하기가 쉽지 않으며, 앞으로 이들 세대들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30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역사적으로 학교 교육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친 재난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 학생들의 95%가 학교 폐쇄로 상당 기간 정규 학습을 진행하지 못했다. 유네스코(UNESCO)는 팬데믹 기간 동안 평균 3.5개월 가량 대면 수업이 중단됐던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연 후에도 한동안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다.
연구팀은 팬데믹이 교육에 미친 영향을 연구한 5997건의 연구 논문들을 스크린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결손(시험 점수 차이)의 크기를 측정했고, 팬데믹 이전에 이미 습득했던 지식ㆍ기술의 손실 정도를 파악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영국, 호주, 벨기에, 브라질, 덴마크 등 중진국 이상 15개국에서 진행된 42개의 연구에서 291건의 학습 결손 추정치를 분석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든 학년 대에 걸친 취학 아동들은 1개 학년에 이룰 수 있는 학업 성취도의 약 35% 만큼을 손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같은 학습 격차는 2022년 5월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과목 별로는 학부모들의 지도가 어려운 수학에서 더 손실이 컸고 상대적으로 쉬운 독해에서는 덜했다. 반면 어린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사이버 공간이나 기술적 용어 등 디지털 세상에 친숙해지기도 했다. 이는 단지 학교 폐쇄의 영향뿐만 아니라 가정 학습 환경의 차이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컴퓨터나 인터넷망, 기타 학습 교재ㆍ장비를 잘 갖춘 아이들일수록 학습 손실을 덜 본 반면 사회ㆍ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어린이일 수록 더 큰 손해를 봤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 학습 격차가 심화됐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바스티안 베토이저 옥스퍼드대 교수는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에 다녔던 세대들에게는 현실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만약 해소되지 않는다면 해당 세대들은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학습 결손에 따른 악영향을 심각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에서 이같은 세대간, 사회ㆍ경제적 학습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만다 니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팬데믹 이전에도 고통받았던 (가난한) 아이들은 그 후 더욱 고통스러워졌으며, 회복을 위한 지원도 덜 받고 있다"면서 "학습 손실을 만회하는 것은 1~2년에 될 일이 아니고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며 학교 교육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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