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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니 부랴부랴 판공비 공시…요원한 ‘투명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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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개발청, 2021년 9월부터 공시 X
해마다 불거지는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
대통령이 '투명화' 외쳐도 여전히 두루뭉술

[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업무추진비(판공비)를 투명화하겠다는 목소리는 수십년째 반복 중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진 돈이지만 세부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눈먼돈’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까지 나서 투명화를 약속했지만, 허술한 제도운영으로 아직까지 업추비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추비 관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일 아시아경제가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전체 정부 기관(18부 4처 18청 6위원회)의 최근 업무추진비 공개실태를 파악한 과정에서는 감시눈길이 소홀한 틈을 타 업추비를 아예 공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운용하는 부처도 포착됐다.


업추비 공시없는 새만금개발청…"회계연도·단순실수"?
취재하니 부랴부랴 판공비 공시…요원한 ‘투명 공직사회’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왼쪽)과 윤순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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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개발청은 업무추진비 공시 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청장과 차장의 업무추진비는 2021년 10월 4일에 공시한 게 마지막이다. 이마저도 5~8월치 업무추진비를 한 번에 올리는 식이었다. 김규현 현재 새만금개발청장과 윤순희 차장이 지난해부터 공금으로 어떤 지출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새만금개발청 측은 “회계연도가 바뀌어서 올려놨던 것을 내린 상태 같다”며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올리겠다”고 설명했다. 해가 바뀌었으니 2022년 업무추진비 내역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공시하지 않고 내려놨다는 해명이다.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공시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이 실수로 그랬다”고 대답했다. 새만금개발청의 설명이 맞다 해도 부실하게 운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새만금개발청의 기획조정관, 개발사업국장, 개발전략국장 등 주요 임원들은 회계연도가 바뀌었음에도 수장들과 달리 매월 공시를 올리고 있다. 해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부서가 달라서 그럴 것”이라고 얘기했다. 회계연도가 바뀐 것과 업무추진비 공시를 내리는 게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번 최종 확인하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불거지는 '업추비' 의혹…검찰은 3년째 소송 중
취재하니 부랴부랴 판공비 공시…요원한 ‘투명 공직사회’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도 업무추진비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두 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경우 위원으로 정부부처 국·실장과 민간위원들이 임명돼있다. 관련 회의에 따라 업추비를 사용했다면 개별 주체마다 공시가 이뤄져야 하고, 쓰지 않았더라도 공시해야 할 내용이다. 실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성격이 같은 기구지만 업추비 사용내역을 일부 공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직도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비리 논란과 소송이 불거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청문회에서 ‘업추비 쪼개쓰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야당에서는 원희룡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 인원이 제한된 식당에서 십수명의 식사를 계산하거나 같은 장소에서 여러 차례 결제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원 장관은 “문제 될 것이 없는 지출”이라고 해명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집행내용과 지출 증빙 서류 등을 공개하라는 청구소송을 3년 넘게 치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변호사는 1·2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해 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통령이 '투명화' 외쳐도 두루뭉술 공시 여전
취재하니 부랴부랴 판공비 공시…요원한 ‘투명 공직사회’ 한덕수 현 국무총리의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위)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업무추진비 공개내역(위) (단위: 천원)

이에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업추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5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대 정권 중 처음으로 판공비 공개를 추진했다. 한 시민단체가 ‘2004년 대통령 및 비서실 업무추진비 예산 및 집행총액’을 공개하라고 청구하면서다.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이 공개작업을 시작했는데 “(노 대통령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업무추진비 공개지침이 후퇴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총리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국무총리 훈령 제442호’로 재정·행정정보 공개 확대 지침을 마련했는데 이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사문화된 규정을 관련법에 통합하는 차원이었지만 지출내역 검증을 위한 원문공개 관련 조항이 없어져 버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업무추진비 공개대상 확대와 기준강화 작업이 이뤄졌다. 2019년 2월 ‘정부 혁신종합 추진계획’이 밝혀지고 1년 뒤 정부부처는 장·차관부터 실·국장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게끔 지시했다. 자율이던 공개주기는 매월·분기로 명확히 했다. 하지만 문 정권 때도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총괄집행 내역과 금액 등만을 공시했고, 건별 세부내용은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


"법 규정 세세하게 손질하거나 지침 만들어야"
취재하니 부랴부랴 판공비 공시…요원한 ‘투명 공직사회’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비용을 다른 예산지출과 똑같이 처리하거나 관련 규정을 세세하게 마련해놨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업무추진비에 해당하는 ‘교제비’가 있는데 축·조의금, 위문금, 기념품비에 사용할 수 있다. 월별로 공개하게 돼 있고 공개범위에 일자·지출자·지출건명·지출금·상대방을 쓰도록 돼 있다. 미국은 업추비가 대통령과 부통령, 주정부 단체장들 정도까지만 책정되는데 대부분 소액에 불과하다. 지출 대부분은 예산에 맞춰 담당 부서에서 처리한다. 한국처럼 기관장이 십수명의 밥을 사기 위해 ‘법카’를 긁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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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도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공개법에 따르더라도 국민은 업무추진비의 세세한 항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법 규정을 세세하게 만들면 현재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지침을 만들어 내려보내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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