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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트렌드 2023]불황 이겨내는 실속지향 소비자 '체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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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혹독한 경기침체 예고
'체리피커'에서 진일보한 '체리슈머' 등장
자원 극대화 위해 알뜰 소비

[최지혜의 트렌드 2023]불황 이겨내는 실속지향 소비자 '체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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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혹독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1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지표들이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대체적으로 미국 경기에 1, 2분기 정도 후행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2023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가 등장하고 있다. 흔히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진일보한 ‘불황관리형’ 소비자를 ‘체리슈머(cherry-sumer)’라고 명명한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소용량·소포장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편의점 장보기’가 뜨고 있다. 4분의 1통 양배추는 900원, 깻잎 두 묶음은 1000원으로, 편의점에서 하루 이틀 치 장을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다양한 신선식품을 소포장 형태로 진열하기 시작했다. CU는 모둠쌈, 양배추, 감자 등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채소들을 1~2끼 양으로 작게 소분한 ‘싱싱생생’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삼겹살과 항정살도 200g으로 소분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대형마트와 비슷한 가격대로 1~2인 분량으로 구성된 신선식품 브랜드 ‘세븐팜’을 선보였다.


맥주나 와인 등 주류도 소용량이 인기다. 500㎖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소비자들은 혼자 가볍게 한 잔 마시기 좋은 250㎖나 355㎖를 구매한다. 롯데칠성음료가 선보인 ‘처음처럼’ 250㎖ 상품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 출시 후 3개월 만에 약 7억병이 팔리며 시장에 안착했고, 375㎖ 이하 소용량 와인도 2021년 9월까지 약 20여만병이 판매되는 등 급성장했다. 롯데쇼핑에서 운영하는 ‘보틀벙커’는 테마별 다양한 와인을 한 잔씩만 결제해서 마셔볼 수 있는 유료 와인시음 테이스팅탭(tasting tab)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용량 사랑은 ‘공동구매’로 이어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량 상품을 소분해 재판매하거나 아예 소분된 상품을 구매한다. 메모지, 향수, 세제 등 거래하는 물품도 다양하다. 사실 소분된 화장품·식품·건강기능식품 등은 현행법상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게시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소분거래는 고물가 시대를 견디는 절약 방법이자 재미와 성취감을 선사하는 놀이에 가깝다.


당근마켓은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자 2022년 7월, 동네이웃이 함께 모여 같이 사고 나누는 ‘같이사요’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웃끼리 모여 함께 사고 싶은 물건이나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가 있을 때 "같이 사과 한 상자 사서 나누실 분"과 같은 게시물을 올려 최대 4명까지 모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 관악구와 강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향후 지역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월세도 다른 사람과 나눠서 부담한다. 공유주거 브랜드인 ‘리렌트 레지던스 시부야’는 방을 비운 날짜만큼 월세를 깎아주는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다. 도쿄 시부야역 3분 거리에 위치하고, 가구와 가전이 전부 설치된 11평 크기 방의 월세는 약 200만원이다. 결코 저렴한 방은 아니다. 그런데 이 방에는 아주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외박을 하면 월세를 깎아준다"는 것이다. 세입자가 전용 앱을 통해 3일 전에 외박을 신청하면, 빈 방을 일반인에게 호텔로 빌려줘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의 일부를 거주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하루당 약 6000엔(약 6만원)의 월세가 할인되고, 최대 15일간 외박이 가능하다.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분석에 따르면, 15~29세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지수는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는 국내 집계 이후 최고치였다. 실업률이 치솟고 소비자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국내 15~29세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YOLO(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과시)’를 외치던 MZ세대들의 관심이 실속 소비로 이동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무조건적인 절약을 미덕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욕망을 절제하기보다 한정된 자원으로 자신의 욕망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따라서 기업은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욕망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2023년, 유례없는 경기침체가 전망되는 만큼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는 더 세심한 전략을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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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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