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부터 당권 도전 준비
'약속하면 꼭 지킨다'가 모토
"고등학생 때 한 살 어린 여학생과 교제하면서 ‘꼭 결혼하자’고 약속했었는데 13년여 후 성인이 됐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지만 '이미 약속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판사도 못 할 것 같다'고 하면서 결혼 승낙을 얻어냈고, 그 여학생이 지금의 아내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국민의힘의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 의원은 '약속하면 꼭 지킨다'는 것이 인생 모토다. 지난 2021년 4월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된 이후 지지율 40% 달성 공약을 지켜냈다. 오는 3월8일 치러지는 당 전대는 김 의원이 지난해 여름부터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다.
올해 상반기 여당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전당대회다. 이준석 전 당대표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치루는 일종의 보궐선거인 이번 전대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인물을 뽑는다. 집권여당의 공천권을 거머쥐는 만큼 당내 경쟁이 벌써 치열하다.
십수 명의 당권주자가 난립한 가운데 김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尹心)' 때문이다. 김 의원은 당권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연말 윤 대통령과 단독으로 송년 만찬 회동을 가지며 윤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가는 데에는 저 김기현이 가장 적임자"라고 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 연대'를 통한 세몰이도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 스스로 "김장은 이제 다 담갔다고 생각한다"며 "된장찌개도 뜨겁게 끓여야 될 것 같고, 따끈따끈한 공깃밥도 만들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대표 후보자만 10여명에 달할 정도로 박빙의 경쟁 속에서 '단일화'를 통한 당권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뚜렷한 적이 없고 무난한 대인관계 장점…10% 지지율 숙제
당 안팎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데다 뚜렷한 적이 없다는 점이 김 의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4월 원내대표로 선출돼 1년 동안 국민의힘 원내를 이끌면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오는 등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를 냈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김 의원은 딱히 적을 만드는 성향도 아닌 것 같다"며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리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뚜렷한 스타일이 있다기 보다는 무난해서 적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김 의원은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둔 4선 의원으로, 민선 6기 울산광역시장을 지내면서 의정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넘어야 할 산은 '지지율'이다.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했지만 계속 한 자릿수 지지율이 김의원의 발목을 잡고있다. 하지만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2위까지 올랐다. 김 의원 캠프의 김예령 대변인은 "비공식적으로 김 의원을 돕겠다고 찾아오는 분들이나 단체가 굉장히 많다"며 "이미 힘을 받고 에너지가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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