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칸영화제 이후 오스카 레이스
'기생충' 행보와 비슷한 흐름 보여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우리나라 감독·배우가 오스카상을 받고, 가수가 공연하는 세상이 왔다. '그들만의 잔치'였던 칸·아카데미 등 유수의 국제무대에서 한국인이 트로피를 품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봉준호·윤여정 다음은 박찬욱이 될 전망이다. 마침내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를 바라본다.
13일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다음 달 10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비영어권 작품상'(Best Motion Picture, Non English Language) 후보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해 발표했다. '헤어질 결심'은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와 경합한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주최하고 해마다 미국 LA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표적인 시상식으로 꼽힌다. 이어지는 아카데미(오스카)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작동하는, 전초전으로 읽힌다.
비영어권영화상은 기존 외국어영화상에서 바꾼 이름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한 부문이다. 2021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미나리'가 선정됐다.
'기생충'·'미나리' 모두 이어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품었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봉준호), 각본상(봉준호·한진원),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4관왕을 차지했고, '미나리'는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5월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박찬욱)을 받았다. '깐느 박'이라 불리는 박 감독이지만, 연출자로 누리는 최고 영예인 감독상 수상은 최초다. 늘 차분한 박 감독이었지만, 현지에서 만난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칸에서 누군가 물었다. 오스카 수상도 가능할까. 사실 박 감독이 오스카에 가장 먼저 다가간 한국영화인이라는 배경이 있다. 연출작 '아가씨'(2016)는 그해 영미권 평론가협회로부터 주목받았다. 오스카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 청신호를 밝혔으나, 국내 후보에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년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헤어질 결심'을 선정했다. 도전 자격을 얻었을 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다. '헤어질 결심'은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 최고의 영화 10편에 소개됐다. '기생충'도 2019년 소개된 부문으로, 현지 전문가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아울러 할리우드리포터·인디와이어 등 현지 유력 연예 전문 매체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사실상 오스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토론토영화제, 런던영화제, 하와이영화제, 뉴욕영화제, 미국판타스틱페스트 등 다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는 북미 개봉 홍보활동을 겸한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수상은 가능할까. 한 영화 관계자는 "오스카는 수상작 선정 기조나 성향을 최소 3년 이상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 최근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국 영화 시장의 영향력도 커졌다"고 바라봤다. 이어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 이후 차근차근 오스카 레이스에 돌입한 모습이다. '기생충'의 행보와 비슷하다.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배급한 CJ ENM의 기대감도 커 보인다"고 초청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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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이 '아가씨'의 아쉬움을 털고 아카데미 무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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