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MBC 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
"40대가 왜 이태원 갔냐고 하는데, 지인 배웅 후 전철역 가다가"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아들은 술 담배를 안 한다."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40대 아들을 잃은 어머니 김현숙씨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그날의 사연에 대해 전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상당수는 20~30대인데 40대인 아들이 그곳에서 희생되자 뒷말이 무성했다. 김씨는 어느 날 갑자기 아들 그리고 남편, 아빠를 잃은 가족들의 사연을 전하며 진실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아들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거래처 지인들과의 저녁 모임에 나갔다가 술 취한 지인들을 모두 배웅하고 전철역으로 가다가 희생을 당했다"고 면서 "모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겠지만 이런 희생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목소리를 내서 억울함을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 남편을 잃었다. 이번에 아들까지 잃게 된 그는 기도로 참담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김씨는 "눈물로 눈을 떴다가 눈물로 눈을 감는다"며 "교회를 다니고 있어서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 오늘은 또 일어났군요', '하나님 오늘 또 잠자리에 듭니다' 이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 가족들은 그날 이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며느리는 애들한테 혹시 마음에 상처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인터넷에 아빠 이름을 치면 모든 게 뜨니까 하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며느리는 하루하루 눈물로 지내고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49재를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김씨는 손주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손주가 의구심을 갖고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물어오면서다. 김씨는 그는 "며느리는 할 말이 없어서 대답을 못 했다더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경찰이 무능해서? 국가가 부재해서? 이 대답을 누가 손주에게 해줄 수 있을까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유가족분이 '정부는 이 참사를 역사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더라.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라며 "우리 아이들이 이다음에 커서 이태원 참사의 역사를 접했을 때 만약에 안 좋은 기사가 검색되면 아빠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잘못된 기록으로 남으면 절대 안 된다"며 "사실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밝혀져서 아이들한테 떳떳한 아빠로 앞으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10·29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1차 활동 기한인 내년 1월7일까지 희생자 유가족들을 차례로 만나 사연을 듣기로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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