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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앞둔 반도체·배터리…차입금·부채 급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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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차입금 사상 첫 20조 돌파
LG에너지솔루션, 부채 3조원 넘게 증가

대규모 투자 앞둔 반도체·배터리…차입금·부채 급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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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문채석 기자]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이 차입금과 부채 등 재무 리스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입금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부채가 3조원 넘게 늘었다. '3고'(환율·물가·금리 급등) 때문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조차 낮아져 향후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패키징·디스플레이 '재무리스크' 발령

29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차입금은 22조21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 4분기에 10조5235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한 뒤 11개 분기(2년 9개월) 만에 배 이상 늘었다. 순차입금 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채도 급증했다. 부채는 지난해 말 34조1954억원에서 3분기 40조8226억원으로 6조6272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54.98%에서 3분기 59.4%로 상승했다.


단순 차입금 증가는 고가 장비 산업 특성상 미래 투자를 위한 '실탄 쌓아두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기업들은 가파른 급증세를 보이면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융투자업계의 기관투자가들 투자심리를 약화해 적재적소에 자금 융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주가와 신용등급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업계에선 재무 안정성이 낮아진 점도 "내년 투자 50% 감축" 선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모리 제품 D램과 낸드 사업 경쟁자인 삼성전자처럼 과감한 설비투자 확대를 하지 못하고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 차입금 수치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진행된 솔리다임 인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서 제시한 ‘회사채 발행 실패’ 루머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시황 악화와 고금리·고환율 환경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채 평가액 증가에 따른 차입금 증가 착시효과 등이 작용한 결과"라며 "사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한 징후는 아닌 듯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 안정성이 낮아지다보니 금융투자업계의 기관투자가들의 SK하이닉스 기업 가치 평가도 박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은 27일 기준 '-1730억원'에 머물렀다. 최소한 내년 4분기까지는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회사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 중 낸드플래시 사업 시장 점유율이 3분기에 세계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낮아지면서 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업계도 투자를 늘리면서 분기별로 1조~2조여원의 차입금을 꾸준히 끌어오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조원 안팎의 차입금을 빌려 왔다. LG이노텍의 경우 3년간 분기별로 2조여원 안팎의 차입금을 빌렸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투자 차원에서 차입금을 늘렸다고 보기엔 재무 지표가 너무 나쁘다는 평가를 듣는다. LG디스플레이의 3년간 순차입금 비율은 74%에서 84%로 10%포인트 급등했고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도 13조4288억원에서 15조2913억원으로 1조8625억원(13.9%) 늘었다.


투자 속도내는 배터리·소재 기업 부채도 급증

북미를 비롯해 유럽 등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향후 화석연료 차량 퇴출을 선언하면서 이를 대체할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머니게임'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한발 앞선 자금조달로 부채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위축 등으로 자금순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그 여파는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작년 말까지 15조원이던 부채가 올 3분기 말 현재 18조7000억원으로 2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7조원이던 차입금도 8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신 자본도 8조7000억원에서 21조1000억원으로 많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은 작년 말 171.8%에서 88.5%로 감소했다.


스텔란티스에 이어 북미에 추가 합작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SDI도 부채가 3조원 가량 늘었다. 작년 말 10조6000억원이던 부채는 13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는데, 전체 부채 가운데 배터리 사업(에너지솔루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만 97.9%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 말(95.5%) 보다 소폭 증가하면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K온은 부채비율이 293.4%에 육박하고 있다. SK온은 2025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투자금 모집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행이 더뎌지면서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부채 증가에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총부채액은 작년 말 30조원에서 올 3분기 43조8000억원으로 무려 14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중견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부채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양극재 생산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말 부채는 1조8681억원으로, 전체 부채 가운데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1조4411억에 육박하고 있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 미국 진출 계획을 추진 중인 엘앤에프(1조6185억원)도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늘어나는 부채가 선행적인 투자를 위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투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금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것.


하지만 대규모 자금 확보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최근 배터리 동박소재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가 매각된 이면에 지속적인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돌았던 예가 대표적이다. 자금력이 약한 중견 소재기업들이 언제든 자금사정 악화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금리 상승이나 강달러 기조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자금 확보에 따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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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생산능력 규모에 집중했던 과거에 비해 현지화, 공급망 등 투자 성격이 다양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강달러 기조가 지속된다면 원화 환산 투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며, 해외 거점 비중 증가로 외화부채나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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