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영원전 대표 "러, 자포리자 원전서 철군 준비"

"뭐든 훔쳐서 가방에 넣고 있어"
"IAEA에 관할권 넘기고 후퇴 예상"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국영원전인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가 러시아군이 현재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에서 철군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전황이 어려워지면서 원전 일대 전선 유지가 어려워진데다 원전 주변의 안전 위험도 높아지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관할권을 넘기고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코틴 대표는 우크라이나 국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주동안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철군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러시아가 IAEA에 자포리자 원전의 관할권을 넘기고 철군할 가능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틴 대표는 "원전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러시아군이 모든걸 훔쳐가기 위해 가방에 싸고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당장 철군할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분명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3월 러시아군에 의해 점거당한 이후 줄곧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측에 외교적인 핵위협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해왔다. 원전의 실제 운영과 관리는 아직 기존 에네르고아톰 직원들이 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일부 원전 부지를 군사기지로 전용하고 원전 안전성을 크게 해치는 전력망 교체 등을 시도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IAEA도 원전 안전성을 우려해 지난 9월부터 사찰단을 파견했다.

전황 악화로 자포리자 원전 수비가 어려워진 러시아군이 원전에서 철군할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서안 지역을 점령해 자포리자 원전이 위치한 자포리자주 남부 일대를 배후에서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도 IAEA에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비무장 보호구역 설정을 서둘러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IAEA측에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보호구역 설정은 매우 빨리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9월 IAEA가 자포리자 원전 일대의 비무장 보호구역 설정안을 처음 제시했을 때는 해당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다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