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17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금리 인상 행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를 분명히 하며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7.51포인트(0.02%) 떨어진 3만3546.3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23포인트(0.31%) 낮은 3946.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8.70포인트(0.35%) 하락한 1만1144.96에 장을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애플을 제외한 이른바 'FAANG+M'주가 일제히 미끄러졌다. 메타플랫폼은 전장 대비 1.57% 하락 마감했다. 테슬라는 2.01%, 아마존은 2.34%, 넷플릭스는 3.51% 떨어졌다. 반면 인텔(+1.22%), AMD(+1.65%), 퀄컴(+176%) 등 반도체주는 대체로 올랐다. 머크앤코(+2.38%)를 비롯한 제약주도 오름세였다.
전날 '유통공룡' 타깃 쇼크로 부진했던 유통주는 일부 실적 효과에 힘입어 상승했다. 백화점 메이시스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하면서 15%이상 뛰었다. 또 다른 백화점 체인 콜스도 5.44% 올랐다. 타깃 역시 4.21%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과 함께 Fed 당국자들의 발언,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개별 종목별로 실적에 따른 희비가 확인된 가운데, 전체 시장은 Fed 당국자들의 발언을 통해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긴축정책의 향방, 경기침체 우려를 살피고자 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아직 정책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라고 볼 영역에 있지 않다"고 밝히며 향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인상폭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5~7%로 보고 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전날 한 인터뷰에서 "실질적 둔화없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낮추기 어렵다"며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러드 총재의 매파 발언과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미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76%로 뛰었다. 장중 한때 3.8%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45%까지 올랐다. 장기채인 10년물 금리가 2년물은 물론, 3개월물(4.23%)까지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통상 경기침체의 전조로 평가된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추가 긴축, 올 들어 금리인상의 누적적 영향은 경기침체 위험이 여전히 높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지표도 대체로 부진했다. 10월 주택 착공 실적은 전월 대비 4.2% 줄었다. 신규 주택허가 건수 역시 2.4% 감소했다. 11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활동 지수는 -19.4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대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경기의 위축세를 나타낸다. 이 지수는 전월(-8.7) 대비로도 한층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전주 대비 4000명 줄었으나, 4주 평균 청구자수는 오히려 2000명 늘어났다.
해펠레 CIO는 "지속적인 랠리를 위한 거시경제적 전제조건, 즉 금리 인하와 성장 및 기업실적의 저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향후를 내다봤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95달러(4.62%) 떨어진 배럴당 81.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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