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신청이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뱅크런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부업체 큰손' 제네시스 트레이딩을 비롯한 업체들도 일제히 신규 대출과 환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16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전문 파이낸셜 고문과의 협의를 통해 신규대출과 환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FTX사태 여파로 비정상적 인출 요청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을 초과한 데 따른 긴급 결정이다. 앞서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가 묶여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자금을 인출하려하며 이러한 상황으로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다음주 중 신규 유동성을 위한 해결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같은 날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했다. 제미니는 하버드대 출신의 억만장자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거래소다. '제미니 언'이라는 이자 지급 프로그램을 통해 제네시스와 협력하고 있으나, 이날 제네시스가 일시 환매를 중단하기로 하며 함께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제미니측은 "제네시스와 협력해 고객들이 가능한 빨리 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 또한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록파이가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FTX 등에 상당한 노출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블록파이는 파산신청에 대비해 대규모 해고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록파이는 지난 6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 하락으로 업계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당시 리볼빙 크레디트를 통해 FTX의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밖에 FTX가 인수를 발표했던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블룸버그통신은 "FTX의 급속한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며 "탈중앙화를 기치로 디지털 자산을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가상화폐 세계가 FTX 붕괴를 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만달러를 훨씬 웃돌았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현재 1만6000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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