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던 올해 3분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날 공개한 주식 보유 현황(13F) 보고서를 통해 올해 7~9월 중 TSMC 주식 약 6000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가 TSMC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3분기 중 90억달러(약 12조원)를 들여 주식 투자를 했는데, 그중 TSMC 주식 매입에 41억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매입 소식이 전해진 뒤 TSMC의 주가는 이날 장 마감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7% 가까이 올랐다.
한 외신은 "버크셔해서웨이는 주로 대형 기술주에는 투자를 잘 하지 않지만, 시장에서 규모 측면의 경쟁 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과거 IBM, 중국 비야디 등에도 투자했지만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한 반면 애플은 현재 버크셔해서웨이의 최대 투자처로 남아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TSMC와 함께 미국 건물 자재 제조업체 루이지애나퍼시픽, 투자은행 제프리스파이낸셜 주식도 각각 580만주(2억9700만달러), 43만주(1300만달러) 신규 매입했다. 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에너지 업체 옥시덴탈페트롤레움,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 에너지 기업 셰브론 등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다만 식료품 체인점 크로거, 미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를 진행 중인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금융사인 뱅크오브뉴욕멜론과 US뱅코프 주식은 매각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지분을 기준으로 상위 5개 기업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셰브론,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최대 지분 보유 기업은 애플로 그 규모는 1265억달러 수준이다.
앞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5일 실적보고서를 통해 3분기 중 26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한 것이다. 변동성 장세의 영향으로 투자 손실이 증가하고 허리케인 이언 탓에 보험 분야에서도 27억달러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 타격을 입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성명에서 "통상적으로 분기별 투자 손익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회계 규정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를 오인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도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손익보다는 영업이익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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