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시계아이콘02분 1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있는 정자 월연정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밀양의 핫플레이스인 위양지의 가을
AD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위양지의 가을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가을 속의 월연대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월연대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영남루의 가을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천황산 가는길에 만난 가을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산책이나 걷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을 보며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차분하게 거닐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가득한 별서 정원, 밀양 월연정(경남유형문화재)입니다. 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날 가장 잘 어울리는 산책정원입니다. 월연정 마루에 앉으면 담장 너머 밀양강이 가을을 싣고 흐릅니다. 새소리가 숲에서 흘러나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목덜미를 간질이고 머릿속 잡생각은 어느새 사라집니다.


밀양 시내에서 10분쯤 가면 월연정이다.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있는 정자로,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지었다. 한양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외가가 있는 밀양에서 자랐다. 1510년(중종 5) 문과에 급제했고, 기묘사화가 일어난 1519년에는 함경도도사로 있었다. 하지만 개혁을 주장하던 선비들이 무더기로 죽거나 파직당하는 걸 보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월연대와 쌍경당을 짓고 별서(別墅, 별장)로 삼았다. 이태는 자신을 월연주인(月淵主人)이라 했고, 세상은 그를 기묘완인(己卯完人)이라 불렀다. '몸과 명예, 어느 것도 다치지 않고 흠이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는 뜻이다.


월연정 가는 길, 주차장에 차를 대면 곧바로 숲속 오솔길이 펼쳐진다. 두 사람이 비껴갈 만한 너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윤슬이 반짝이며 밀양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숲속은 완연한 가을이다. 바람이 상쾌해 걷는 기분이 좋다.


짧은 오솔길을 지나면 왼쪽으로 높이 쌓은 석축이 있고, 그 위 담장 너머로 하늘을 향해 사뿐히 올라간 처마가 보인다. 쌍경대다. 오른쪽으로 협문이 하나 있다. 협문을 지나 계곡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몇 발짝 걸어가면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雙淸橋)가 보인다. '달과 물이 모두 맑다'는 뜻이다. 다리를 건너면 월연정이다. 이 계곡 이름은 영월간(迎月澗). 달을 맞이하는 실개천이라는 예쁜 뜻을 담고 흐른다.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 정자는 대부분 단독으로 지었는데, 월연대 일원은 담양 소쇄원(명승)처럼 여러 건물이 들어선 점이 독특하다. 먼저 들여다볼 곳은 쌍경당이다.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의미다. 임진왜란 때 불탔는데, 1757년(영조 33)에 후손인 월암 이지복이 다시 지었다. 쌍경당 옆에는 이태의 맏아들 이원량을 추모하는 제헌(霽軒)이 있다. 비 그칠 무렵의 추녀라니, 이보다 운치 있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쌍경당에서 나와 쌍청교를 건너 월연정으로 향한다. 까마득한 절벽에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석축 앞에서 고개를 쳐들면 월연대 현판이 보인다. 왼쪽에 월연정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이 있다.


월연정은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한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자연을 최대한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조선 사대부의 자연관과 전통 조경 양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루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이곳에서 보는 달이 뜬 풍경은 어떨까.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가을밤 이곳에 앉아 밀양강에 비친 달빛을 꼭 한번 보고 싶다. 월연대 일원은 가을도 좋지만, 배롱나무꽃이 피는 늦여름에도 찾을 만하다. 정자 주변에 곳곳에 배롱나무가 있다.


월연정 가기 전에 작은 터널이 보인다. 1905년 경부선 개통 당시 사용하던 용평터널로, 1940년 경부선 복선화로 선로를 이설하면서 일반 도로로 쓰이고 있다. 폭 3m에 총연장 약 130m.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똥개〉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남루(보물)는 밀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다. 밀양강을 바라보며 서 있는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일컫는다.앞면 5칸, 옆면 4칸에 팔작지붕을 올렸다. 밀양도호부 객사로 쓰인 밀양관의 부속 건물답게 곳곳에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이 숨어 있다. 내부에는 당대 명필가와 대문장가의 시문 현판이 즐비하다.


영남루가 가장 운치 있을 때는 저물 무렵이다. 해 질 녘 영남루에 앉으면 밀양강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전을 적시고, 밀양강 너머에서 밀려온 노을이 이마를 붉게 물들인다. 밀양강 건너 둔치에서 보는 영남루도 운치 있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영남루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밀양에서 요즘 눈길을 끄는 여행지는 위양지다. 신라 때 축조한 저수지로 본래 이름은 양양지인데, 선량한 백성을 위해 축조했다 하여 위양지(位良池)라고도 한다. 위양지 가운데에 작은 섬 5개와 완재정이 있다. 연못가에는 왕버들이 자라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연못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조성돼 가을 기운을 느끼며 걷기 좋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밀양 IC→울산 언양 방면→산외로→화동강길 방면→창원 밀양 방면→대구청도 방면→월연정

△볼거리=표충사, 용암정, 밀양댐,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 천황산 트레킹

[조용준의 여행만리]조선 선비가 꾸민 낭만과 정취 따라 가을을 걷다


△먹거리=돼지국밥(사진)을 내는 단골집을 비롯해 물냉면이 맛난 대설면옥, 중식으로는 효와당이 있다.


AD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밀양시청)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