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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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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꿈 이루기 위해 다니던 상사회사 사직
공모전 제출했던 시나리오와 같은 이야기 영화 개봉에 충격
절필 후 차린 학원 대박…月4000만원 1타 영어 강사
'강구 이야기'이래 쉬지 않고 일곱작품 완성
취재 통해 얻은 생생한 현장 이야기·성공과 실패 오간 경험이 창작원천
자기작 '힘쎈여자 강남순' 집필 마쳐…대중에게 여성서사 일인자로 평가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백미경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돈이 목표는 아니었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끊임 없이 공모전에 도전해 데뷔 후 7년간 일곱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했다. 사진 = 작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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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돈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실패하더라도, 꼴찌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죠."

돈이 최고인 물질만능주의 시대. 콘텐츠에서조차 456억 상금을 위해 내달리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시대다. 이런 세태 속에서 돈보다 도전을 언급하는 백미경 작가의 일성은 오히려 이상적 메시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고 끈질기게 도전과 실패, 성공과 도약을 체화한 그의 눈빛은 지난한 여정의 진실됨과 함께 남다른 집념을 머금고 있었다. 내년 상반기 편성을 앞둔 ‘힘쎈여자 강남순’의 집필을 얼마 전 마친 그는 차기작으로 고민 중인 다양한 소재와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펼치며 나지막이 물었다. "재밌지 않아요?"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불륜, 복수, 욕망으로 요약되는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는 혀를 사로잡는 MSG 감칠맛만큼이나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소재다. 과거엔 대중들이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계속 시청했다면, 지금은 사회를 욕하면서 드라마가 현실만 못하다고 핀잔한다. 뉴스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시대, 그런 시대를 뛰어넘는 서사창작에는 진짜를 이기는 치열한 가짜의 노력이 숨어있다.

"취재가 정말 중요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더 많은 영감을 받고요. ‘품위있는 그녀’ 취재 과정에서 정말 부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드라마에 쓰진 않았지만, 더 재미있는 소재를 얻었죠."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새로운 작품의 원천이 됐다. 그의 차기작 ‘힘쎈여자 강남순’은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의 6촌 강남순이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부자 취재 당시 만난 마약 유경험자의 이야기가 소재로 이어졌다고 했다.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직장 그만두고 작가 도전, 이야기 도둑맞고 차린 영어학원 대박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백 작가는 졸업 후 국내 대형 종합상사에 입사해 커리어 우먼으로 승승장구하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공모전 준비하면서 집필에만 몰두했습니다.” 다양한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며 데뷔를 준비하던 중 그는 자신의 시나리오와 똑같은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돼 개봉한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를 도둑맞은 기분이었죠. 심지어 그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노라 절필해버렸어요.”


그는 이내 펜을 꺾고 고향 대구에서 영어학원을 차렸다. 그런데 그 학원이 대박이 났다. 3등급 받는 학생을 1등급으로 만들고, 토익 중위권 학생을 900점대로 끌어올린 그의 강의가 입소문을 타면서 월 4000만원을 버는 대구 1타강사로 자리매김했다. “대구는 교육열이 정말 높은 도시입니다.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치면 학교 교사는 답지가 있지만 학원 강사는 답지가 없죠. 아이들이 시험지 가지고 오면 그걸 직접 다 풀고 강의해야 하니 실력이 없으면 강사를 할 수 없었어요. 그때 제가 토익 시험을 8번 만에 만점 받았는데 매번 리스닝 파트3에서 2~3개씩 틀리고 하니까, 그것만 집중 공략해서 만점을 받았죠. 이런 방식으로 3등급 친구들이 틀리는 유형을 집중 분석해서 PT(personal training)처럼 가르쳤고 이 친구들이 1등급으로 성적이 오르니까 학원이 폭발적으로 잘 되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이 한참 잘되던 어느 날, 경찰에서 마약 사건 참고인 조사 연락이 왔다. “그때 학원에서 강의를 가장 잘했던 원어민 선생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집에서 대마초를 재배하다 적발됐어요. 제가 집도 얻어주고 입국 수속을 다 해줬는데, 그 집에서 대마를 키우다 딱 걸린 거죠.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래서 수업을 그렇게 잘했나?(웃음)” 그는 이런 경험들도 이번 드라마 집필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7년간 일곱작품…작가 도전 계기는 고교시절 1년간 썼던 반성문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인생의 잠깐을 슬퍼하고 장강의 무궁을 부러워했다지만, 업계에서는 그녀의 지치지 않는 창작력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2014년 단막극 ‘강구 이야기’ 이래 7년간 일곱 작품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는 경험이 그 창작력의 원천이라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경험이 원천이라면, 그 시작은 고등학교 때 쉼 없이 쓴 반성문이었을 거예요.” 대구 경화여고 재학시절 그녀는 학교 담이 맞닿은 집에 살고 있었다. ‘도어 투 도어’로는 20분 거리였지만, 담만 가로지르면 1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담 위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떡하니 지키고 있었고, 그는 눈을 바닥으로 돌려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3주간 쉬지 않고 팠더니 학교 안까지 들어가게 됐죠. 그런데 기쁨도 잠시, 제가 드나들기 시작하니까 이 굴이 길이 돼서 이용자(?)가 늘어나게 됐고, 결국 학교에서 범인을 색출하겠다 하기에 자수하고 1년간 반성문을 썼습니다.” 쓸 이야기를 고민하다 보니 인생 일대기와 왜 땅굴을 팠는지를 기승전결에 맞춰 적기 시작했고, 우연히 이 반성문을 본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다음 회가 기다려진다”는 평을 듣게 됐다. 선생님은 꿈을 물었고, 딱히 없다고 대답한 그에게 작가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한 것이 시작이었다.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작가적 본분 지키면서 시청률도 놓치고 싶지 않아”…소수자인 여성에 주목해 여성 서사 집필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마인’까지, 대중은 그를 여성 서사의 일인자라 평가한다. 출발은 역시 도전이었다. “여자가 슈퍼히어로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도봉순이 출발했고, 품위있는 그녀는 여성의 욕망을 통해 상류층의 민낯을 드러내는, 그와 동시에 삶의 행복을 찾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죠. 마인은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편견에 맞서는 여자들의 이야기고요. 인간의 욕망과 모습이 돈과 상관없는 상황이 되려면 배경이 재벌가여야 했을 뿐, 특별한 목적은 없었어요.” ‘마인’의 주인공은 미혼모, 새엄마, 그리고 성 소수자다. 남편의 전처소생 아들 하준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서희수(이보영)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상대인 하준의 튜터 강자경(옥자연)이 하준의 친모임을 알면서 각성한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폭주하는 강자경과 그로부터 가정을 지키기 위한 서희수의 대결이 예상되지만, ‘마인’은 남편을 배제하고 아이를 위해 이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그렸다. “여성 연대 서사가 시작되자마자 시청률이 뚝 떨어졌죠. 사실 시청률을 생각한다면 강자경의 폭주와 막장 서사로 가는 게 맞아요. 시청률이냐, 작가로서의 메시지냐. 선택해야 했고 적당한 시청률이 뒷받침됐을 때 저는 작가로서의 본분을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망하는 건 싫지만, 스코어가 안 나오는 건 더 싫거든요.” 낳아야만 생기는 게 모성이 아니고, 10세 이전의 한 아이가 세상에 나갔을 때 존엄한 생명체로, 사회성 있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길러내는 모성 너머의 모성을 그리고자 했던 그의 뚝심은 그렇게 작품을 통해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됐다.

대구 1타 강사·반성문 1년·10 to 7 루틴…백미경 작가 '도전은 나의 힘'


10 to 7,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일하는 작업 루틴을 철저하게 고수한다는 그는 자신의 왕성한 창작력은 라이프 사이클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뇌의 에너지가 7시 이후엔 안 나와요. 대신 일 하는 시간에 집중해서 작업하니까 덜 지치죠.” 능숙한 마라토너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그는 집필을 마무리한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다음 작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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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운영 10년 차에 미련 없이 그만뒀었어요. 무슨 일이든 10년이 기준이 되는 것 같은데, 이제 일곱 편 했으니까 10년 차에 10편 채울 수도 있겠죠. 아직 제 대표작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주제를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지 않을까요?” 도전으로 점철된 그녀의 드라마 세계관은 오늘도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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