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도 너무 좁아" 비행기 좌석 불만에…'최소 크기' 검토하는 美

美 항공기 좌석 크기 최저 기준 제정 필요성 제기
소비자단체·전문가 "좁은 공간, 잠재적 건강 위험 존재"
항공업계선 반대 입장…항공료 인상 우려도

미국에서 항공기 좌석 크기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미국에서 항공기 좌석 크기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자칫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해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FAA는 비행기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크기에 상관 없이 비상시 대피하는 데 90초 이상 걸리지만 않으면 문제될 것 없고, 좁은 좌석으로 인한 승객의 불편은 항공사와 고객 사이의 일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단체와 보건전문가 등은 FAA에 좌석 크기 기준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승객이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건강 위험이 존재하며, 이를 FAA가 무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미카 엔드슬리 인간 요소 및 인체공학협회 대정부 관계 책임자는 "비행기가 정상 운항할 때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좁은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은 대피 상황은 물론 평상시에도 승객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FAA가 좌석 크기 최저 기준을 제정하지 않으면 좌석과 개인 공간은 계속 줄어들 수 있다"며 "공통 규정을 제정하면 그 기준 이하로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인의 몸이 계속 커져 왔지만 항공기 좌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90㎏으로 1960년대보다 13.6㎏ 증가했고 여성도 77㎏으로 역시 13.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행기 좌석의 폭은 47㎝에서 43.2㎝로 오히려 좁아졌다. 앞뒤 좌석 간 평균 거리도 89㎝에서 78.7㎝로 줄었다. 일부 항공기의 앞뒤 좌석 거리는 71㎝까지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FAA는 지난 8월부터 좁은 항공기 좌석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의견 조사에 나섰다. 현재 1만2000여개의 의견이 전달됐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FAA가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현재의 좌석 크기가 적절하다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특히 항공업계에서는 현재 항공기 좌석 간격이 FAA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항공사 단체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irlines for America)'는 "좌석 크기는 계속 줄었지만 현재 좌석도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항공사들은 승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객실 내 개인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혁신기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좌석 크기의 기준 제정이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FAA가 좌석 크기와 간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경우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줄어든 좌석에 대한 매출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항공료 인상 조치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