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주적인 관료주의의 전횡"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반대성명
주동회 양산서 직협 회장 등 참여
내일부터 행안부 앞 단식도 예정
행정안전부 내 경찰에 대한 직접 통제를 담당할 이른바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전국 일선 경찰들이 4일 릴레이 삭발과 단식에 돌입했다.
주동회 경남 양산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전국 직협 공동 성명서를 낭독한 뒤 삭발을 했다. 삭발식에는 주 회장 외에도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서 직협회장, 유희열 경기 고양경찰서 직협회장, 한왕귀 전북 군산경찰서 직협회장 등 3명이 함께 참여했다.
민 회장은 이와 별도로 5일 오전 10시부터는 행안부 앞에서 단식에 들어간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경찰통제 강화방안이 발표되는 15일까지 단식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주 회장은 성명서에서 "경찰국 신설은 민주화운동으로 사라진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를 다시 부활시키는 시대에 역행하는 반민주적인 관료주의의 전횡"이라면서 "행안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 입김이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며 "대한민국 13만 경찰은 누구 한 명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이다. 지난 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찰국 신설 정책을 철회해 주시기를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비대해진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이 아닌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주장했다. 국가경찰위를 행안부에서 분리해 독자적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실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밖에도 자치경찰제의 이원화, 중대범죄 수사청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경찰관은 "77년 경찰 역사에서 경찰관이 삭발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만큼 이번 경찰국 신설 정책에 대한 경찰의 절박함과 절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앞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경찰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인사·징계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 설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행안부 장관의 고위직 경찰 인사제청권·감찰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경찰직협은 권고안 발표 뒤 집단 성명을 내는 등 반대 목소리를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일련의 상황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의 조직적 반대 움직임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국 신설은) 행안부가 경찰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다"며 "굉장히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여러분(경찰)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직협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발이 심한 직협 회장단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시사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행보에 한 직협 간부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이라며 "시도경찰청장은 물론 경찰서장에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일선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을 상대로 면담이 가당키나 하냐"고 반발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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