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권현지 기자]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환시장이 연일 들썩이자 오는 21일로 예정된 윤석열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상설 통화스와프를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다 127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270원대를 뚫은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존 0.25~0.5%였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여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에도 환율이 1270원대를 넘나들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미 연준과 600억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2020년 3월19일)했다. 실제 사용한 금액은 2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당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된 것만으로도 외화 자금조달 불안감이 완화되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최근 원화 약세 및 외화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다시금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민생 안정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입장은 신중하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대국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그런 (외교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될 사안"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우리가 (상설 스와프를)그냥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 중앙은행에서 받아들일지, 이런 것들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일본, 유럽(ECB),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 5개국만 대상으로 상설 스와프 라인을 체결하고 있다. 시장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차원이 아닌 실제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져 수요가 발생하는 통화만 그 대상이 된다는 의미로, 한국과의 상설 체결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과 맞물린 현재의 원화 약세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동성 공급을 위해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9개 나라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체결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다.
기재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데해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며 "우리 입장이야 당연히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스와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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