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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루트] 가난한 '생산자'와 배부른 '수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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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호식 위정자와 양반관료층, 사욕 채우기에 급급
권세 남용해 현물의 10배 폭리 수취… 경제 발전 장벽

[코리아루트] 가난한 '생산자'와 배부른 '수탈자' 인조실록 8권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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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사간원에서 임금에게 아뢰었다. "사옹원이 어부에게 맡기는 상공(上供)은 경기지방의 큰 폐단이 되고 있습니다. 옛 것을 고쳐 새롭게 해가는 이 시기에 이전보다 줄여야 마땅할 터인데, 무단으로 더 배정한 소어蘇魚(밴댕이)와 위어葦魚(웅어)가 각각 2천 속(束)이나 됩니다." - 『인조실록』 8권, 인조 3년(1625) 3월 8일


임진왜란 이후, 조정 관료와 관아는 갖가지 구실로 어민들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웠다. 경기 지방에서는 임금과 궁중의 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의 비리까지 더해져 어민들을 더 힘들게 했다.


관료와 권세가들은 어민들에게 선박세를 거둬 착복했으며, 어장을 지나는 어선에는 통행세를 내게 했다.


수령이 토호와 결탁해 수산물을 빼돌려 이득을 취했고, 대리인을 내세워 영리 활동까지 벌였다. 권세를 남용해 현물의 10배에 이르는 폭리를 취하는 경기 지방 수령도 있었다.


사헌부에서 임금에게 아뢰었다. "남양부사 유세덕은 어부와 소금 굽는 주민에게 미리 싼값으로 어물과 소금 비용을 지급하고, 이후 그보다 10배 비싼 값으로 강제 징수해 자기 집에 실어 보냈습니다. 청하옵건대 파직하소서."

- 『영조실록』 73권, 영조 27년(1751) 윤5월 10


이처럼 관료와 권세가의 어민 침탈이 횡행했던 배경에는 조정의 어업 정책과 양반 층의 관심과 투자가 뒤따른 부분도 있다. 이는 고깃배 건조 기술과 어업 기술의 발달로 이어져 연안 어업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경기 서해안 지역 어민도 새로운 어업 기술을 받아들여 효율적인 어로 방식을 앞서 채택하며 조선 후기 어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가난한 어부들의 목숨 건 조업 활동과 흘린 땀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성장이었다.


[코리아루트] 가난한 '생산자'와 배부른 '수탈자' 어선 어구 임대차 계약 증서(漁船漁具賃貸借契約?書) [국립민속박물관]


1750년에 균역법이 실시되면서 어장 정책은 변화를 맞는다.


군역 부담을 2필에서 1필로 줄여 그 부족분의 일부를 어세(魚稅)와 염세(鹽稅)로 메우도록 했다. 세금을 베나 화폐로도 납부토록 하면서 어민의 부담도 다소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폐단이 드러났다. 징세 책임자가 된 수령의 농간과 횡령이 자행되면서 다시 과중한 세부담을 떠안는 어민이 생겨났다. 지방 수령은 거둔 세금을 착복했으며, 규정보다 많은 세금을 거두기 일쑤였다.


갈수록 비리가 심해져, 군현의 말단 관리에서부터 중앙의 조정에 이르기까지 계층별 수탈 구조는 공고하게 구축돼 갔다.


18세기 후반 경주 지역 어촌 실상을 조사한 암행어사의 보고에는 어민이 정례적으로 읍과 감영, 중앙에 상납해야 할 돈이 무려 1000냥에 달했다고 한다.


특산물을 바치는 공물 부담도 문제였다. 17세기 들어 대동법 실시로 특산물을 쌀이나 무명으로 대신하게 했다. 하지만 별도로 내는 공물과 임금이나 고관에게 바치는 물품은 그대로 존속했고, 세금까지 바쳐야 했다.


18세기 정조 시대에도 국가기관과 궁가의 어민 수탈은 갈수록 심해졌고 관료와 토호의 어민 착취도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어민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빈곤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 조성됐다.


판중추부사 정홍순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진상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기에 그 변통에 대해 의논할 사안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말씀드리자면, 과어苽魚(빙어)는 설을 쇤 뒤에야 많이 잡을 수 있는데 11월에 진상하고, 황어는 설을 쇠기 전에 많이 잡을 수 있는데 2월에 진상합니다. 이런 연유로 과어와 황어를 바칠 때 백성이 괴로워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해 보입니다."

- 『정조실록』 15권, 정조 7년(1783) 4월 25일


[코리아루트] 가난한 '생산자'와 배부른 '수탈자' 놋쇠 어형 수식 [국립중앙박물관]


부정한 방법으로 수취한 어획물로 호의호식하는 위정자와 양반관료층은 사욕 채우기에 급급했고, 권세가의 파행은 성장했던 어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


어업 이윤을 과도하게 수취한 지배층은 어민이 이윤을 올려 이를 다시 생산에 투자할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어부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먼바다에까지 고깃배를 띄웠다. 억압과 수탈이 없고 굶주리지 않아도 되며,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촌은 농촌보다 촌락 공동체적 성격이 더 강했으며 작업에서도 좀 더 긴밀한 유대관계가 필요했다. 집단 어로를 할 때는 작업 규율이 엄격했고 상하 관계가 분명했다.


분업과 협업이 확실했으며 긴장 속에서 일치된 동작으로 일을 처리해나갔다. 이렇게 해서 어로작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

나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이는 작업효율을 가져와 어획량을 높이는 방안이 되기도 했다.


19세기엔 야간 어로작업이 행해져 불빛으로 멸치를 유인해 그물로 잡아냈으며, 불을 밝히고 고등어를 낚았다. 해조류 채취 기술도 발전해 물속에 들어가 다시마와 미역을 채취했던 이전에 비해 수면에 고깃기름을 뿌려 물밑을 잘 볼 수 있게 한 뒤 다시마와 미역을 거뒀다.


조선 후기 들어 민간 조선업이 성장하면서 어업에 고기잡이 전용 어선이 투입됐고, 배의 기능이 강화되고 다양한 규모의 선박이 만들어졌다. 선박 수도 증가해, 18세기 말 전국의 선박이 1만 척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리아루트] 가난한 '생산자'와 배부른 '수탈자' 어선에서 명태를 끌어올리는 광경 [수원광교박물관]


참고·인용: 경기도사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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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사편찬위원회·국립민속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수원광교박물관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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