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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고, 일반 병사가 터미네이터 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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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증강기술의 현재와 미래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고, 일반 병사가 터미네이터 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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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17년 개봉한 미국 영화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주인공은 외골격 장갑을 착용해 ‘작은 탱크’ 같은 물리적 힘과 화력을 보여준다. 비행기에서 뛰어 내려도 충격을 흡수하고 자동차를 으깨 버린다. 어깨 위에 장착된 기관총과 로켓포로 어마어마한 공격을 퍼붓는다. 또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도 고성능 카메라이자 망원경 역할을 하는 뿔테 안경을 쓰고 맹활약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영화들의 소재가 ‘인간 증강(Human Augumentation)’ 기술의 미래를 가장 근사치로 보여 준 상상물이라고 평가한다. 아이언맨의 ‘슈트’도 있지만 현실과는 너무 멀다. 그러나 외골격 장갑 로봇이나 안경같은 인간 증강 장비들은 이미 현실에 매우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의료, 산업,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증강 기술은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해주고 공장에선 조립공의 근골격 질환을 줄여 주며, 전장에선 ‘터미네이터’를 꿈꾸고 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고, 일반 병사가 터미네이터 된다[과학을읽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포스터.

◇인간 증강 기술이란

사람의 인지·신체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명, 전자, 기계 공학을 활용해 신체에 각종 장비·기기를 장착하는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최근 의료, 군사, 산업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신체(물리) 증강은 △감각 증강(청각·시각·지각) △팔다리(appendage)와 생물학적기능 증강(외골격·보철) △두뇌 증강(발작을 치료하기 위한 임플란트) △유전자 증강(체세포 유전자와 세포 치료)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11월 인간 증강 연구개발(R&D) 현황 보고서에서 "인간 증강은 정보나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학습을 돕거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해 더 나은 의사 결정과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다양한 문화적, 윤리적 영향을 미치며 이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정의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인간 증강 기술은 단순한 보조 기구를 넘어 두뇌에 칩을 심는 ‘사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별도의 조작 도구없이 생각만으로 인체와 똑같이 기능하도록 하는 슈트형 머신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고기능성 소재를 활용한 인공 근육·피부 기술 등을 활용해 신체 활동을 보조·강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하고 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고, 일반 병사가 터미네이터 된다[과학을읽다]

◇어디까지 왔나

사고나 질병, 노화 등으로 장애를 갖거나 근력이 약화된 환자의 재활 치료를 위한 인간 증강 기술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스위스의 호코마사가 센서·지능형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발한 Assist-as Needed(AAN) 방식의 상지로봇 재활 치료기 ‘아르메오 파워’가 대표적 사례다. 가상 환경에서 증강 성능 피드백을 활용해 재활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장애 환자의 동기 부여 및 상태 확인이 가능하다. 미국의 로봇회사 마이오모(Myomo)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마이오프로(MyoPro)’도 유명하다. 환자의 팔에 비침습방식 센서를 사용해 근전도검사(EMG) 신호를 통해 움직인다. 뇌졸중·근육신경·척추장애인의 치료와 정상 활동을 돕는 기능을 인정받아 2020년 미국 정부로부터 의료보험을 적용받는 ‘메디케어 공급업체’ 승인을 획득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의 연구팀은 2019년 말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얇은 인공 근육을 이용해 피부에 진동감 등 촉각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구동 모듈을 개발해 관심을 모았다. 필름 수준의 얇은 형태여서 향후 피부 부착용 인공 근육이나 각종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홍콩과기대 연구팀이 2020년 6월 개발한 로봇 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선택적으로 힘을 조절하고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집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정부가 기초연구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연구만 해도 2020년 한 해에만 18건(22억2300만원)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2020년 액체금속을 신축성이 있는 재료에 프린팅하는 방식을 이용해 손가락 움직임 측정이 가능하고 열·진동이 전달되는 멀티모달 센서와 햅틱 글로브를 개발했다. 사람이 착용하면 근력을 강화시키거나 촉각을 느낄 수 있으며, 로봇 팔에 부착되면 다양한 형태·강도의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카이스트(KAIST)도 2019년 ‘재활 및 일상생활 보조용 소프트 외골격 로봇 팔’을 개발했다. 뇌졸중 환자 및 지체 장애인의 일상생활 보조가 가능하다. 약간의 힘만 있어도 로봇 팔의 도움을 받아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 의복 형태로 착용이 간편하고 티가 나지 않는다. 또 카이스트의 다른 연구팀은 2020년 필름 형태의 투명하고 유연한 시·촉각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작동하기 위해 무거운 기계 장치가 필요 없이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센서·디스플레이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의료 분야에선 이 같은 활발한 연구를 바탕으로 장애인 선수가 보조 기기를 입고 얼마나 빨리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냐 등 6개 임무를 겨루는 ‘사이배슬론’ 대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카이스트의 학내 창업 기업 엔젤로보틱스에서 만든 웨어러블 로보틱스가 2020년 출전해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산업 현장에서도 현대자동차는 근육형 외골격 로봇 벡스(VEX)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스프링을 이용해 3㎏의 공구를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들 수 있다. 파나소닉에서 개발한 모터 구동 웨어러블 ‘아토운 모델Y’도 허리 근육을 보조해 줘 근골격계 질환을 줄인다.


영화로 유명해진 군사용 기술도 상용화 단계다. 1950년대 우주 개발 시작 당시 우주인들의 우주복 개발 과정에서 나왔던 아이디어가 2000년대 들어 미국 국방부에 의해 부활했다. 미 국방부는 군인 개개인의 장비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에 투자했고, 록히드 마틴사의 헐크(HULC), 레이시온의 XOS 시스템 등의 성과를 얻었다. 헐크의 경우 장시간 동안 최대 200파운드의 짐을 지고 최고 시속 10마일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착용형 근력 증강 로봇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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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맞춤형 바이오닉 슈트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의 일환으로 노인들의 자립 생활을 돕기 위한 ‘맞춤형 바이오닉 슈트’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보행 운동보조와 동작인식·감각증진 기술을 활용해 노인들이 일상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장치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특히 무겁고 딱딱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존 외골격 로봇과 달리 옷처럼 가볍고 착용하기 쉽고, 신체의 수용 감각을 극대화해 운동 감각·균형 감각 등을 도와주는 신개념 장비를 만들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착용자·로봇 일상 공존을 위해 의복 내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슬림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 개발과 이를 위한 생체 모사 기반 구동 메커니즘 기술 기반의 초경량화, 소형화가 목표"라면서 "환경 맞춤형 보행 보조를 통한 보편적 일상 활동 회복을 위해 인체 근골격계·슈트·환경이 모사된 디지털 트윈 시스템 기반 보행 환경 변화에 강인한 사용자 맞춤형 보행 제어 기술 및 최적화 연구가 필요하며, 인체 근골격의 특징을 고려한 메커니즘 설계, 근골격 건강 상태 분석 및 슈트 착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전문가와의 협력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고, 일반 병사가 터미네이터 된다[과학을읽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글로벌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 시장은 2017년 1547억원에서 2026년께 5조6000억원대로 연평균 47.4%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가볍게 착용 가능한 모바일 타입의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9년 880억원 규모에서 2024년 3466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신경 및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재활과 치료, 노약자를 위한 보조 및 재활 분야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50년까지 20억명이 보조 장치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높은 가격대와 무게, 착용감, 사용성 등의 문제로 폭넓게 보급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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