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합법화 포르투갈 오히려 출산율↑
전문가들 "동성혼과 출산율 무관"
![[참참참?] ‘동성결혼 합법화’가 출산율 낮출까](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2030409205666231_1646353256.jpg)
A씨와 B씨는 2017년부터 동거하다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A씨를 2020년 2월부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B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A씨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고 보험료를 부과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단의 처분에 불복하며 재판에 돌입했다.
앞선 1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부부 관계를 사실혼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혼인’이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 그리고 우리 사회 일반적인 인식을 모두 모아 봐도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요소로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입법 및 사회적 합의 부재 등을 명목으로 동성간 결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는 항소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이 근거로 삼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기독교단체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가정이 파괴되고, 출산에 영향을 줘 국가의 멸망을 자초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 정체에 혼란이 오고 사회적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OECD 중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 출산율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포르투갈 오히려 오르는 추세
그렇다면 동성결혼 합법화가 출산율을 낮출까. 동성결혼 합법 국가와 아닌 국가의 출산율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국가는 총 38개국으로 이 가운데 23개국이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23개국들의 출산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례도 존재한다. 2010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포르투갈의 경우 오히려 출산율이 오르는 추세다. 2010년 1.39명이었던 출산율은 2013년 1.21명으로 바닥을 찍었지만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19년 1.42명을 기록했다.
*23개국: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덴마크, 프랑스,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미국, 콜롬비아, 핀란드, 독일,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코스타리카, 스위스, 칠레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들도 출산율이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15개국 가운데 7개국의 2019년 기준 출산율은 OECD 평균 출산율이 정점을 찍었던 2008년보다 줄어들었다(한국, 체코, 에스토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멕시코, 터키). 특히 법원에서조차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은 한국의 출산율은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을 기점으로 오르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동성결혼과 출산율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과거 농경사회에선 아이를 많이 낳아 노동력을 생산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출산율은 여성의 고용시장 진입과 사회의 포용성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동성끼리 결혼을 한 부부들을 포용하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성소수자들에게 허용적이라면 그들의 아이도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사회가 그들을 배제하고 낙인을 찍기 때문에 동성부부의 아이들의 불안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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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조사관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성애 부모에게서 양육되는 아이들도 불안이 생기긴 마찬가지"라며 "서로를 굉장히 사랑하고 신뢰하는 가족 안에서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이성애 부부라고 해도 서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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