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승 택시' 무엇이 문제인가
"심야 피크타임 빼고는 택시 수요 많지 않아"
"승객 간 분쟁 등 우려"
카카오 등 "구체적 계획 없어"
코나 '반반택시' 유일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3일 오후 10시30분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에는 ‘빈차’ 등이 켜진 택시가 끊임없이 지나가고, 귀갓길에 오른 이들이 하나둘 택시에 올라탔지만 휴대전화 속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은 30분째 반응이 없었다. 지난달 40년 만에 택시 합승이 허용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택시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반택시’의 ‘반반승차’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끝내 합승객을 찾지 못했다.
‘합승’ 할 사람이 없다
4일 택시 합승이 부활했지만 택시 기사와 손님 모두 불만이다. 스타트업 코나택시가 운영하는 택시 플랫폼 ‘반반택시’가 유일하게 서비스하고 있는 택시 합승은 합승객과 경로가 70% 이상 일치할 때만 이용 가능하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만 서비스 된다. 합승을 할 경우 장거리이면 최대 40%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3일 밤 30분의 기다림 끝에 합승 체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합승객을 뜻하는 ‘매칭 가능 인원’이 0명에서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목적지인 서울 회기역을 비롯해 수원, 인천 등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음에도 매칭 가능 인원은 변화가 없었다. 택시 합승 서비스에 대한 낮은 인지도도 문제였지만 카카오 택시 등의 사업자들이 합승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이용객 자체가 없었다.
기사도 손님도 외면
함께 택시를 기다리며 만난 강수현씨(33)는 "서울에서 수원을 오가며 택시 요금이 많이 나와 합승 서비스를 이용해볼까 생각했지만, 심야 시간에 장시간을 모르는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라며 "동성 간의 합승만 허용되지만 동성 간에도 성범죄, 폭행 사건이 비일비재한데 굳이 몇천 원 아끼려고 합승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크다. 합승객을 태울 시 각 손님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겨 기존 운임 대비 5000원을 더 벌 수 있지만 그게 전부다. 합승객끼리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기사가 1차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개인 택시를 운전하는 조영동씨(62·가명)는 "아직까지 주변에서 합승을 해봤다는 기사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코로나19로 손님이 없어서 문제인데 합승객을 태우려고 누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규제 해소에 매몰된 행정
운수업계와 택시 이용자들은 정부가 법까지 개정하며 규제 해소에 나섰다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택시 기사 김영문씨(54)는 "주요 대도시의 택시 수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피크 타임때 수요가 급증하고, 승차거부를 하는 이도 많다 보니 심야 승차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택시 합승 합법화 당시 IT 업체의 규제 해소로 플랫폼 경쟁의 활성화라는 목적도 있었으나 이 역시 큰 효과는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 플랫폼 우티가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내 합승 중개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혔지만 사용자가 늘어나야 서비스가 가능한 ‘합승’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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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택시 합승은 장거리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로 도심의 심야 택시난 현상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며 "호출하면 찾아가는 버스인 ‘수요응답형버스(DRT)’를 택시로 확대해 대형 밴 택시 등으로 합승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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