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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비틀기] 점점 커지는 거래소의 책임…투자자 보호 두터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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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나서는 재판부…세계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게리 겐슬러 美 SEC 위원장 "투자자 보호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나설 것"

가상화폐가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광풍’으로까지 비견됩니다. 하지만 광풍이 불수록 잠시 멈춰 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로 지적해야 할 부분까지 함께 휩쓸려가면 언젠가 더 큰 문제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차분히 가상화폐 시장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비트코인 비틀기’입니다.


[비트코인 비틀기] 점점 커지는 거래소의 책임…투자자 보호 두터워질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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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2018년 11월22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이용하든 고객들은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비트코인 이체를 요청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주소로 출금된 것. 어떠한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 비트코인을 분실하게 된 것이다.


피해를 입은 고객 6명이 모여 빗썸과 법적 다툼을 시작한다. 문제는 빗썸이 잘못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빗썸 시스템을 훑었지만 보안상 오류가 없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빗썸의 고의 및 과실을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결국 피해 회복을 포기했을까. 재판부는 1심과 2심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우선해야 하는지 의미를 던진다. 재판부의 판단은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와도 일맥상통한다.


1심: 가상화폐 거래소도 제도권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 시스템 갖춰야 한다

1심 재판부는 빗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먼저 투자자들이 다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옮기는 작업을 빗썸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로 간주했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빗썸의 계정에 맡긴 순간부터 유상임치계약이 체결됐다고 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임치계약이란 수치인이 상대방을 위해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 기타 물건을 보관하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은행에 준하는 보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재판부가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출금 요청 과정에서 주소가 변조돼 다른 서버로 전송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경우엔 이런 상황에서 거래 자체가 거절된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충분히 은행에 준하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미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1심은 고객들이 거래소의 주의의무 위반을 입증해냈다는 데 의미 있다”며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도 고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2심: 비트코인 자체를 반환하라

문제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충분하게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비트코인을 분실한 당시에 비해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뛰어버렸다. 손해배상의 원칙이 사고일 당시를 기준으로 삼아 피해를 회복하기 때문에 빗썸은 1비트코인 당 515만9000원만 배상하면 그만이었다.


이에 피해자 측은 원물반환 청구를 추가했다. 돈이 아니라 비트코인 자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받는다면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치솟은 시세에 대해서도 충분히 피해 보상 받을 수 있었다. 빗썸은 비트코인이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원물 반환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의미한다. 즉, 형태가 있거나 형태가 없더라도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어떠한 것을 물건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12일 2심 재판부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정보의 일종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물건이라고 보지 않았다. 빗썸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고객이 행한 계약을 종류채무와 유사한 계약이라고 봤다. 쉽게 말하자면 특정해서 지정한 물건이 아니라 어떤 종류에 속하는 물건을 인도하는 계약으로 간주한 것이다. 지갑과 달리 비트코인은 고유한 값이나 번호가 부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해서 지정된 물건이 아니며 동정, 동질, 동량의 비트코인을 빗썸이 충분히 반환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빗썸이 피해자들에게 분실된 비트코인을 반환하되 만약 집행 못한다면 1비트코인 당 변론종결시점 시가인 5428만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라고 판결 내렸다. 1심에 비해 10배 넘는 돈을 피해자들은 받게 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본인의 잘못 없이 일어난 오출금사건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상화폐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을 가지지 못하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재판부가 피해자 회복에 최대한 나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022년, 거래소에 더욱 큰 책임을 의무화하는 한 해 될까
[비트코인 비틀기] 점점 커지는 거래소의 책임…투자자 보호 두터워질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빗썸의 잘잘못을 떠나서 재판부의 판단은 세계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맡기는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향후 몇 달 동안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발언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하겠다는 겐슬러 위원장의 생각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지난달에도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SEC의 감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움직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전 세계 정부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4억달러(약 4770억원)어치 가상화폐를 해킹한 것처럼 어떠한 목적으로 쓰일지 모르는 곳에 거금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트래블 룰 도입을 강조한 이유도 자금의 투명성 때문이다. 트래블 룰이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자 신분을 확인하고 거래상대방인 다른 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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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지난해부터 가상화폐가 불법 자금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며 가상화폐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국내서도 현재는 대선을 앞두고 과세 등이 밀리고 있지만 업권법 제정 등이 본격화된다면 속도감 있게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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