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가격 상승 기대 낮아지면서 상승률 둔화"
자산 처분 나서면 큰 폭 조정 불가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한국은행의 경고가 점차 세지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고점론’을 제기하며 추이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평가에서 최근엔 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보다 직접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이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화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한 직후 "주택시장에서 가격 상승 기대가 낮아지면서 상승률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동산 고점을 언급하면서도 "안정될지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직후인 17일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부동산가격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한은의 경고가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해 우려한 대로 최근 집값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지난해 11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를 보면 전국과 수도권 지수는 전월인 10월보다 각각 0.15%와 0.27% 하락 전환했다. 서울이 전달보다 0.79%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전(-0.82%), 부산(-0.51%), 세종(-4.11%)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의 최근 경고는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은의 부동산 가격 하락 전망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집값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와 있는 상태"라며 "시장 분위기와 기대 심리 등이 바뀌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가격이 떨어지면서 차입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산 처분에 나설 수 있다"며 "20%까지도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서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 임대사업자 물량이 크게 느는 부분도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한편 한은과 정부에서는 점진적 가격 하락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급격하게 조정될 경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은 점차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충격에 대비하지 못한 쪽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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