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월가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네 번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미국의 긴축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가의 황태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Fed가 올해 네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이먼 CEO는 "인플레이션이 Fed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Fed가 올해 4번만 금리 인상을 한다면 놀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이먼의 언급은 앞서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올해 4번의 금리 인상 보다 더 공격적인 전망이다. JP모건의 하우스 뷰도 올해 금리 인상은 네 번이다. 시티그룹의 의견도 같다.
네 번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시장도 인정하고 있다. 시카고 상업거래소 페드워치는 오는 12월에 5번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31.8%로 집계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14%의 확률에 그쳤었다.
Fed의 통화 정책을 주도할 파월 의장도 3월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조기 시행 가능성이 부각된 후 처음 공개 발언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강력한 인플레 차단 의지를 피력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공개한 서면 인사말을 통해 "경제와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급등이 식품, 주택, 교통비 상승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인플레 안정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빠르고 강력한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병목 현상이 초래됐고,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과정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인플레 차단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3.9%로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Fed가 고용회복 지원을 위해 금리 인상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연임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확보하겠지만 통화 정책의 급격한 변동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WSJ은 인플레 급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도 파월 의장의 대응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발언에서 Fed가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진보 진영의 요구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Fed가 대형 은행에 대한 자본 및 유동성 요구 사항을 높였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금융권의 대응에 대한 감독 노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새롭고 새로운 위협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등 진보 진영 의원들이 Fed가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후 변화 대응에 뒤지고 있다는 비판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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