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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키운 정, 1500만원 수술비 댄 ‘아빠’에게 … “내 이름은 복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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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키운 정, 1500만원 수술비 댄 ‘아빠’에게 … “내 이름은 복돌이” 9살쯤 된 복돌이. 교통사고로 오른쪽 뒷발과 왼쪽이 균형이 안맞아 절뚝거린다. 소변도 따로 볼 수 없어 자주 흘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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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부산에서 작은 제조업을 운영하는 정현주 사장(남,60)이 공장에 들어온 유기견 한마리를 차마 내치지 못해 키웠다.


원래 개 키우는 걸 싫어했지만 목줄을 묶어두지 않고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던 어느날, 밖에 나갔던 이 개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퇴부 골절로 중상을 입은 이 반려견은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3개월 20일간 입원해 10여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고 살아났다.


그런 정 사장에게도 시련이 왔다. 대장암이 생겨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지금 회복을 위해 투병 중이다.


유기견과 인간의 우연한 만남, 이들의 인연 속으로 개의 시선을 빌려 들어가 봤다.


#. 내 이름은 ‘복돌이’.


나와 같은 종족은 두 부류야. 반려견 아니면 유기견.


난 ‘아빠’를 만나기 전까지 길거리를 떠돌았으니 두 부류의 삶을 다 경험했어.


우리 종족은 좀 이상해. 낳아준 부모가 아닌 ‘인간’ 종족을 ‘엄마’나 ‘아빠’라고 불러. 그것도 반려견만 해당돼.


난 태어나 유기견으로 떠돌아다녔으니 나이와 생일을 기억해주는 엄마, 아빠가 없어. 훗날 내가 크게 다치면서 의사선생님이 나의 나이를 추측해줬을 뿐이야.


나는 그렇게 살다 2015년 ‘아빠’를 만나게 됐어. 2월 추운 겨울 저녁 배가 고파 거리를 헤매던 날이었어.


부산 사상구는 예부터 공장이 많은 동네야. 그 많은 건물 속에 셔터 문이 올라 있는 공장이 보였어. 무작정 들어가 잠들었지. 그곳 주인이 개를 싫어하는 줄 모르고.


그렇게 아빠를 처음 만났어. 다음 날 아침 열리는 문틈으로 짖어댔더니 주인이 놀라 나를 쫓아냈어. 그날 종일 거리를 배회하다 왠지 생각나 또 그 공장에 찾아갔어.


그런데 주인은 나를 싫어하는 눈초리를 쏟아내면서도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사료를 사주는 거야. 놀다가 또 찾아가니 밥을 또 주네. 그렇게 그 공장은 내 밥집에 됐어.


산 ‘짐승’이 찾아오면 스스로 나갈 때까지 내치지 마라는 주변 얘길 주인이 들었나 봐. 금방 갈 줄 알았겠지. 그런데 며칠 지나지도 않아 그 공장에 또 찾아갔더니 새 목끈에 나의 이름표까지 붙어있었어.


내 이름은 ‘복돌이’였고, 아빠의 전화번호도 갖게 됐어. 그러고도 계속 동네를 놀러 다니다 밥 먹거나 잘 때만 아빠를 찾아갔어. 목끈만 있었지 목줄은 채워지지 않아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었지.


내가 아빠를 만난 뒤부터 아빠 공장이 잘 돌아갔나 봐. 2년 지나 2017년 좀 더 넓고 깨끗한 공장으로 이사갔어. 물론 나도 따라갔지.


아빠는 “이 개가 온 뒤로 사업이 잘 풀리네”라고 했고, 그동안 정도 들었나 봐. 공장 아무데나 오줌을 싸놔도 아빤 아무 말도 안했어. 심지어 물 닿으면 녹스는 제품에 ‘용변’이 묻어 아빠가 남품도 못하는 손해를 여러번 끼쳤는데도.


새 공장으로 이사한 뒤 1년여가 지난 2018년 여름, 한 날은 ‘발정 난 수컷’처럼 좀 멀리 떠났어. 사상구에서 북구 구포동까지 꽤 먼 거리였지.


그런데 그날 이후 110일 넘게 난 집에 돌아갈 수 없었어. 사경을 헤매야 했으니까. 이제 ‘아빠’의 기억으로 돌아갈게.


#. 2018년 6월 14일 오후 5시.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정현주(60) 씨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젊은 여성이 “개가 트럭에 치여 심하게 상처를 입어 목끈에 적힌 번호로 연락했다”고 했다.


정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복돌이의 ‘하반신’은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심한 상처를 보고 곧 죽을 거라고 웅성대고 있었다.


정 씨는 복돌이를 태워 병원으로 갔다. 엉덩이와 무릎뼈가 완전히 부러져 6조각이 나 있었다. 동물병원 측은 주인이 수술을 포기할 것으로 봤다. 수술비도 워낙 컸고, 수술해도 몇 달 살 가망이 없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복돌이 아빠’는 수술과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수소문해서 사고 이튿날 입원 날짜를 잡았다.


입원 하루 뒤 6월 16일 오후 2시 30분 시작한 수술이 오후 7시께 끝났다. 긴 수술 끝에 방광과 요도는 적출됐고, 이 수술마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소변이 흘러내리면서 장기가 괴사하는 손상도 막아야 했다.


110일 입원 기간에 모두 10번의 수술을 했다. 골절, 장기손상, 방광 제거 등 큰 수술과 치료가 연속으로 이어졌다.


수술 때마다 긁은 정 씨의 신용카드가 쌓여 1500만원에 이르렀다. 입원해서 퇴원까지 2000만원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병원 측도 그런 정 씨를 보며 30% 깎아줬다.


퇴원 이후 1년여 넘게 방광결석 치료를 시키느라 초음파 검사하며 치료하는 데 돈은 계속 들었다.


정 씨의 직업은 직원 1~2명 두고 몸소 배관자재, 유압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일이라 큰 마진도 낼 수 없는 직업이었다.


정 씨는 “복돌이 만나고 나서 일이 잘된 것 같아요. 이름을 잘 지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수술비와 치료비 금액도 안 묻고 오직 살리는 생각만 했다”며 “이렇게 큰 치료비를 치른 지는 나중에 알았다”며 웃었다.

유기견 키운 정, 1500만원 수술비 댄 ‘아빠’에게 … “내 이름은 복돌이” 아빠가 안아주면 복돌이는 자동적으로 볼을 핥아준다.


지난해 8월부터는 정 씨에게 시련이 왔다. 대장암 3기 말인 커다란 혹이 2개나 발견됐다. 그해 10월 암 수술을 했고, 대장 27cm를 절단했다. 항암치료는 8번 받았고 지금도 예후를 지켜보고 있다.


정 씨는 “복돌이는 한번 수술하는 데 170~200만원 들었는데 나는 건강보험에서 95% 받으니 수술비가 5~6만원 밖에 안 들었다”며 살짝 웃었다.


또 “이제 복돌이가 나를 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절뚝거리고 살면서 오줌도 줄줄 새는 개도 잘 사는데 인간인 내가 병을 못 이기겠냐”고 했다.


정 씨는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시대에 치료비 감당이 안 돼 키우던 개를 내버리거나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하는 현실부터 걱정했다.


유기견에서 반려견이 된 복돌이와, 애견가도 아니면서 반려견으로 받아들여 ‘동행’해온 정 씨의 만남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


#. 다시 나는 복돌이.


나는 개 나이 9살쯤 되고요, 사람으로 치면 60살 넘으니 평균수명만 봐선 앞으로 ‘아빠’보다 더 오래 살 순 없겠죠. 나도 행복하게 살 테니 아빠도 병을 이기고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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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져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인간’ 아빠를 만나 행복했다고 말할게요. 약속.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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