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의 벨루가 중 홀로 남은 '벨라'…내년 말 방류 적응장 이송
올해 방류 적응장 이송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등으로 업무 순연
"방류 전제는 벨루가가 야생에서도 잘 사는 것…벨루가 행복이 가장 중요"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흰고래) '벨라'가 내년 말 방류 적응장(생츄어리)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다만 최종 야생 방류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웰빙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벨루가 방류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 △장유경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사무관 △손호선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어경연 세명대 보건바이오대학 교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등 방류 기술위원들이 참석했다.
벨루가의 자연 방류 절차는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훈련 △방류 적응장 이송 △방류지 현지 적응 △방류 적합성 판정 △최종 야생방류의 7단계로 이뤄진다. 현재 벨라는 9세 암컷으로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적응훈련 등을 받고 있다.
아쿠아리움 측은 야생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벨루가를 위해 건강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윤 아쿠아리움 생물보전팀장은 "방류의 전제 조건은 벨루가가 야생에서도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벨루가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명에 따르면 벨라의 건강은 좋은 상태다.
유사한 방류 사례로는 서울대공원에 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있다. 제돌이는 지난 2012년 3월 방류 결정 후, 2013년 7월 제주 함덕 앞바다에 최종 방류됐다.
정 팀장은 방류에 1년4개월 가량 소요된 제돌이에 비해 벨라 방류 진행이 더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에 같은 개체들이 살고 있었던 반면, 벨루가는 북극권에 사는 개체라 안전을 위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 멀린사 씨라이프에 있던 벨루가의 경우 지난 2016년 방류 결정 이후 2020년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위치한 바다쉼터로의 방사까지 약 4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현재 이 벨루가는 바다쉼터로 이송돼 관리되고 있다.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최종 목표는 벨라의 야생방류인 만큼 어디를 가든 사람과의 관계(접촉)를 최소화할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벨라가 수족관에 계속 전시된다면 결국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방류가 지연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고 관장은 "방류 기간보다는 방류의 최종 성공이 더 중요하다"며 "실패를 막기 위해 성격과 습성을 연구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벨라의 습성을 고려하면 전시장에 두는 게 방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답했다. 섣불리 방류를 시도하는 것보다 방류 기간이 길어지고 벨루가가 불편하더라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그러면서 아쿠아리움 측은 벨루가의 안전한 방류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야생 적응 후보지를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에는 방류 기술위원들과 함께 해외 생츄어리에 방문해 방류지 적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국내·외 야생 적응장 후보지에 대한 답사 및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방류 후보지로는 △아이슬란드△ 러시아 해역 △캐나다 △국내 동해 등이 있다.
방류기술위원회에 소속된 조희경 대표는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위치한 생츄어리에 대해 "실내 수족관이지만 (현재 벨라가 있는 수조보다) 더 넓고,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다"며 "또 방류 예정 개체를 더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고 관장은 "아쿠아리움의 역할, 특히 해양생태계 종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연구 결과도 나왔다"며 "한 번도 벨루가 방류에 주저한 적 없이 최선을 다해왔다. 벨루가가 건강하게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10월 문을 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개장 당시 세 마리의 벨루가를 반입해 전시해왔다. 전시 3년 만인 지난 2016년 4월 벨로(당시 5세)가 사망한 데 이어 2019년 10월 벨리(당시 12세)가 숨지면서 벨루가 방류에 대한 동물보호단체의 요구가 잇따랐다. 두 개체 모두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야생에서의 벨루가 평균 수명은 30~35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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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2019년 10월24일 아쿠아리움 측은 세 마리 중 유일하게 남은 개체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이 현재까지 벨라가 방류되지 않은 채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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