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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염전마을 뒤덮은 태양광…염전 40만평 중 25만평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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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급속 확산에 사라질 위기 처한 염전마을

태양광에 땅값 3배 뛰자
땅주인들, 염전 임차 대신 땅 팔아

염전면적 급감에 소금값 뛰어
천일염 20㎏ 지난해 1만8000원

간척지 토양 염도 기준 완화에
절대농지도 태양광 잠식 우려

농지 잃은 임차농
쌀 생산량 감소에 식량안보도 위협
[르포]염전마을 뒤덮은 태양광…염전 40만평 중 25만평 사라져 지난 14일 오전 찾은 전남 영광군 백수읍 염전마을, 염전부지 40만평 중 25만평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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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영암=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우리 마을은 더 이상 염전마을이 아니에요. 40만평(132만2300㎡)에 달하던 염전 중 이미 25만평을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해 이제 염전은 불과 15만평만 남았어요. 염전에서 소금 만들어 먹고 살던 집은 60가구 중 10가구에 불과합니다. 땅 주인이 염전을 태양광 업자에게 넘길 예정이라 내년이면 염전 1~2가구만 남게 됩니다."(전남 영광 염전마을 50대 주민)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전남 영광군 백수읍 사하6리 염전마을은 마을 이름이 무색하게 염전이 보이지 않았다. 바닷물을 끌어와 천일염을 만들던 염판은 태양광 패널이 덮었고, 염전에서 일하던 주민 대신 안전모와 작업화 등을 갖춘 인부들만이 곳곳을 다니고 있었다. 영화 ‘독전’을 촬영한 드넓은 염전은 이제 영화 속에만 남게 된 것이다.


염전마을은 한때 염전 규모가 40만평에 달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염전은 태양광 발전소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25만평은 이미 태양광이 차지했고 나머지 염전 15만평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염전마을 한 주민은 "태양광 사업자들과 나머지 땅 주인들이 올해 안에 계약을 체결한다고 들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발전소 공사가 시작되면 염전은 7000평 정도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태양광이 급속도로 염전 부지를 잠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그동안 염전의 90% 이상은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고 땅을 빌려 소금을 만들어 왔다. 7000평 정도를 빌리면 통상 1년 임대료로 1000만~1500만원을 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폭등했다. 2018년 무렵 1평(3.3㎡)당 4만~5만원 수준이었던 염전 땅값은 최근 12만원 수준으로 2~3배 뛰었다. 땅값이 오르면서 땅 주인들이 임대료를 받는 대신 아예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땅을 팔아 버렸고, 임차할 염전을 구하지 못하는 염전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이 염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염전 규모는 크게 줄었다. 전남 신안군에 따르면 전남 지역 전체 염전 허가 면적은 2019년 말 3515만㎡(1063만2900평)에서 2020년 말 3055만㎡로 13.1% 감소했다. 염전 면적이 줄고 장마와 태풍 영향까지 겹치면서 천일염 생산량은 같은 기간 24만4000t에서 16만5000t으로 32.4% 급감했다.


[르포]염전마을 뒤덮은 태양광…염전 40만평 중 25만평 사라져

천일염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홍철기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천일염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면서 최근 신안에서만 염전 절반 이상이 태양광으로 바뀌었다"며 "여기에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에 따른 사재기 영향이 더해지면서 2019년 3080원, 2020년 6250원이었던 20㎏ 한 포대 가격이 현재는 1만8000원까지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염전을 태양광에 내주면서 마을이 사라지고, 이 여파가 천일염 가격 급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염전마을에 재생에너지 열풍이 불기 시작한건 정부의 ‘3020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정책’ 발표된 직후부터다. 백수읍에선 ‘시집 가려면 모래 서말은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래가 많고 바람이 세 풍력발전소가 먼저 들어섰다. 현재 풍력 발전기 78기가 백수읍 해안을 중심으로 설치 돼있다. 이후 염전마을 태양광까지 가세하면서 발전소 인근은 전기를 외부로 보내는 전선이 어지럽게 설치돼 있었다. 이 탓에 송전탑 설치 문제도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주민간의 갈등을 만들고 있다. 박이남 신재생에너지환경감시단 단장은 "풍력 78기와 태양광 100㎿가 백수읍에 이미 설치됐고 인근 섬에 대규모 해상 풍력이 들어설 예정인데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낼 송전탑을 주민동의 없이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며 "고압선이 지나게 되면 경관은 물론 주민 건강을 해치게 돼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비용을 문제로 한국전력 등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르포]염전마을 뒤덮은 태양광…염전 40만평 중 25만평 사라져 지난 14일 오후 찾은 전남 영암군 시종면의 간척 농경지. 추수를 앞두고 있는 이곳 일대에 35만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염해 간척지가 펼쳐진 전남 영암군의 시종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찾은 시종면 봉소리 일대 간척지는 한 태양광 사업자가 35만평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정운갑 전 영암군농민회장은 "지난해 농민들의 반대로 일단 사업자가 태양광 사업을 보류했다고 하지만 올해 추수가 끝나면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산강을 막아 만든 간척지를 임차농들이 피·땀 흘려 염분을 빼고 비옥한 농지로 만들고나니 이제 이를 뺏길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간척지는 절대농지로 농사만 지어야 하는 땅으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2018년 12월 공유수면 매립을 통해 조성한 토지 가운데 토양 염도가 m당 5.5ds(데시지멘스) 이상인 지역의 경우 태양광발전사업이 가능해졌다. 표토(0~30㎝)와 심토(30~60㎝)를 채취, 심토를 기준으로 염분농도를 측정해 전체 신청토지의 90%가 기준치를 넘으면 태양광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 회장은 "벼농사 시 20㎝만 사용하는데 이 아래 땅의 염분을 측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신재생에너지의 농경지 잠식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절대농지인 간척지를 태양광으로 덮으려는 악법으로 간척지에 태양광이 들어설 경우 대부분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사라지고 이는 쌀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식량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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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염전마을 뒤덮은 태양광…염전 40만평 중 25만평 사라져 지난 14일 오후 찾은 전남 영암군 시종면의 변전소 부지 주변. 태양광·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200여개가 설치 돼 있다.

시종면 주민들은 변전소를 두고도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신학리에 들어설 변전소는 이 지역 태양광 확대를 전제한 것으로 변전소가 들어서면 농지가 태양광으로 덮히는 속도가 더 빨라 질 것"이라며 "마음 편히 농사만 짓겠다는 임차농들의 절규를 정부가 외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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