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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갈 길 먼 금융혁신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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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갈 길 먼 금융혁신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논란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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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온라인 금융플랫폼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적용 방침으로 여러 핀테크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금융상품 비교·추천·광고 등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들 행위가 금소법상 ‘중개업’에 해당하여 중개업의 인허가나 등록이 없는 플랫폼은 이러한 서비스를 취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리나 칸이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국제적 추세라지만 최근까지 혁신에 방점을 둔 금융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고 업종 불문하고 규제 일변도로 전환하는 듯하여 좀 당황스럽다.


금융업이란 게 원래 엄중한 규제산업이라 혁신과 창의 발현이 어려운데 이번 조치로 벤처 금융플랫폼들이 추진해 온 금융혁신이 좌초될 수 있고 소비자 후생도 줄어들 수 있다. 어제까지 혁신의 대명사였던 빅테크 플랫폼이 어느덧 개혁 대상이 되어 버린 상황을 맞아 그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국내 온라인 금융플랫폼에 대해서까지 같은 맥락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금융업은 영세 상공인들의 “골목상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산업은 진입 장벽이 없는 자유경쟁 체제이고 영세 사업자들이 많아서 플랫폼의 지배력이 높아지면 구입 강제, 경제상 이익제공 강요, 부당한 손해 전가 등 갑질이 가능하다. 그런데 금융회사는 엄격한 진입 장벽을 통과한 회사들이고 규모와 전문성 면에서 일반 상공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강자다. 따라서 거대 금융그룹 중심의 과점이 문제 될 수는 있어도 골목상권이 침해되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은 훗날 금융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어느 정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비금융업에 비해서는 한계가 뚜렷하고, 여타 금융플랫폼은 소규모 벤처에 불과하다.


둘째, 금융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당국이 밝힌 원칙 중 하나가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기능별 규제’인데 플랫폼과 금융회사간 무슨 기능이 동일하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금소법의 핵심 규제 원칙인 “동일기능 동일규제”는 예금성·대출성·투자성·보장성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성격과 관계없이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등 판매규제를 취급 상품별로 동일하게 적용하여 금융회사간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이 펀드를 판매한다면 투자성 상품에 대한 판매규제를 증권사와 동일하게 준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금융플랫폼이 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금융회사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며, 나아가 상품 구매의 편의를 봐 주는 것이다. 즉 개별 금융회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플랫폼에서 서로 간 경쟁하도록 장터를 제공하는 것이 플랫폼의 본질이니 금융회사와 동일한 기능을 하거나 금융회사와 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셋째, 이번 조치의 핵심인 ‘중개’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통상 알선이나 소개 정도로 이해되는 중개라는 용어는 민법과 상법은 물론이고 금융관련법에도 법적 정의가 전혀 없는 불확정개념이다. 따라서 법적 책임이 따르는 주선·위탁매매·대리는 물론이고 단순한 상담, 소개, 추천, 알선도 다 중개라는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모호하고 포괄적인 ‘중개’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중대하거나 명백한 때에만 규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까지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국정철학으로 추진해왔고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금융혁신법을 제정하여 200개가 넘는 신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지정하였다. 이처럼 금융소비자 후생을 제고하고 금융회사간 경쟁 강화를 위해서 금융플랫폼에 의한 금융혁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숲이 비록 깊고 어두워 보여도.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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