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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추면서 남을 관찰하지…안경 같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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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사랑하는 작가] 이은황

초대개인전 등 이례적 완판
대부분 젊은층에서 구입…SNS 통한 판매도
"타인 인식해 나를 찾는 작업
예술보다는 삶에 대해 생각"

나를 감추면서 남을 관찰하지…안경 같은 너 listen to Inner gaze. 40.9x31.8cm. oil on canv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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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작가 이은황(50·사진)의 ‘이너 게이즈(Inner Gaze)’ 시리즈에서의 주된 오브제(소재)는 ‘안경’이다. ‘listen to Inner gaze(2021)’ 작품을 보면 헤드폰을 착용한 한 사람이 노란색 안경을 쓰고 뒤돌아 서있다. 렌즈를 유심히 보니 뱅글뱅글 안경이다. 어지러운 바깥세상에 대한 은유일까 아니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상징하는 걸까. 같은 맥락에서 배경에 빼곡히 들어선 안경들은 타인의 시선일까 자신이 감춰둔 페르소나일까.


안경의 의미를 묻자 이은황은 초등학생 시절 얘기를 꺼냈다. 그는 "눈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시력을 속여 어머니께 안경을 맞춰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면서 "나의 작은 눈을 감추기 위해 어지러워도 쓰고 다녔었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안경은 ‘잘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잘 보이기 위해’ 쓴 도구였다. 이은황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나를 감추면서도 내세우고 싶은 심리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안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은황이 안경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나’라는 존재가 살아온 삶이다. 안경 너머의 타인이나 환경에 의해 규정돼 온 나, 동시에 렌즈를 통해 이들을 관조해 온 나 자신의 이야기다. 이은황의 남양주 작업실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나는 작업을 할 때 예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삶에 대해 생각하려 한다." 미국의 천재 낙서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의 어록이다. 이은황은 "나와 타인들, 과거로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나’라는 존재 의미를 반추해가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를 감추면서 남을 관찰하지…안경 같은 너 이은황 작가.

이은황은 올해 3차례의 개인전과 7차례의 단체전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7월에만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한옥갤러리인 창의문뜰에서 초대개인전을, 코엑스에서 ‘어반브레이크 2021’ 단체전을 열었다. 올해 그의 작품은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부터 크게 주목받으면서 이례적인 완판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작품을 구매하지 못한 컬렉터들의 주문 의뢰가 많고 전시가 끝났음에도 갤러리를 통한 작품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술시장의 이례적 호황을 실감하고 있다. 작품을 구입하는 대부분은 30~40대 젊은층이다. 이들은 기존 컬렉터들처럼 유명 작가들의 명성만 보고 컬렉팅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예술에 관심을 갖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온 세대여서인지 여유있는 조건 하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고르는 듯 하다. 선물 목적이나 집안의 인테리어를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이은황은 갤러리 외에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작품을 건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4000여명에 이른다. 이은황은 "SNS 상에서의 첫 판매는 페이스북이었고 이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개인 간 매매를 했었다"면서 "현재는 문의가 오면 모두 갤러리로 연결한다"고 귀띔했다.


나를 감추면서 남을 관찰하지…안경 같은 너 이은황 작가.

그가 작품을 갤러리에 전적으로 위탁하는 이유는 작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다. 갤러리가 보유한 컬렉터 네트워크를 신뢰하는 측면도 있다. 이은황은 "갤러리를 거치지 않으면 온·오프 홍보, 컬렉터 연결, 작품 운송 등 작업 외의 시스템을 신경써야 한다"면서 "폭넓고 다양한 컬렉터 네트워크 확보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상호 존중과 신뢰가 구축 된 갤러리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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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황은 내달 15일 개막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출품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11월엔 대구아트페어에 작품을 올린다. 내년엔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에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으며, 6월과 11월 각각 아트스페이스H갤러리와 아트리에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이은황은 "초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위안과 희망이 되는 세상을 읽고 내 방식대로 노래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열심히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작지만 부지런한 나의 활동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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