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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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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70주년 미공개 소장품전

기증자 21인의 유물 113점 첫 공개
악기·음악 外 예술가-수집가 삶 집중
1964년 첫 해외무대였던 日공연
당시 팜플렛·티켓·일정표 고스란히

1973년 110일간의 유럽 순회공연
당시 윤이상 작곡가 해설 육성도
호암 이병철 매형 허순구의 국악사랑
1950~1970년대 현금국악보 기증

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가객 이동규의 부친 이병성이 사용하던 악보. 국립국악원 개원 초기인 1952년 부산 임시 청사에서 진행된 '시조연구회'의 시조 강습교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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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립국악원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창설됐다. 대한민국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전선까지 적이 밀고 들어온 상황에서도 우리 음악을 지키려는 열정이 사라지지 않았던 영향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국악박물관에서 목격한 ‘시조연구’ 책자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드러낸다. ‘시조연구’는 1952년 국립국악원 부산 임시청사에서 진행한 ‘시조연구회’의 시조 강습 교재로 쓰였다. 국란의 상황에서도 시조 연구에 힘을 보탠 가곡의 대가 이병성(1909~1960)이 사용했던 것으로 그의 아들이자 5대째 국악을 잇고 있는 정가(正歌) 명인인 가객 이동규가 기증했다.


70돌 국립국악원, 미공개 기증품 대중 첫 공개
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국립국악원이 1973년 유럽 순회 공연 중 춘앵무를 시연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악인 국악(國樂)의 역사와 세계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개막했다.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21인의 기증 컬렉션’이다. 개원 이후 103명의 기증자로부터 18만점의 유물을 수집해 온 국립국악원이 그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기증자 21인의 유물 113점을 서울 서초구 소재 국악박물관에 내걸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넘어 국악인과 기증자와의 관계를 조망한다. 그동안 국악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가 악기나 음악 등의 주제에 국한됐다면 이번엔 예술가와 수집가의 삶에 집중한다. 21명의 기증자를 국립국악원 사람들, 예술가와 애호가, 학자와 작곡가로 구분해 다양한 이야기를 엮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국악원이 보유한 유물들의 가치가 높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전시를 비롯해 한국 전통음악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국악의 세계화 한눈에
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1964년 국립국악원의 첫 일본공연 당시 팸플릿.


우리 국악이 본격적으로 해외 무대로 진출한 시기는 1960년대다. 1964년 3월16~21일까지 진행된 국립국악원의 일본 공연이 해외 첫 데뷔 무대였다. 박물관에는 당시 팸플릿과 신문기사, 공연 티켓, 일정표 등이 걸려있다. 윤이근 전 국립남도국악원장과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국악학자 장사훈의 기증 유물이다.


같은 해 4월 민간 전통예술단체인 삼천리가무단은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으로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필하모닉홀에서 연주했다. 박물관에서는 당시 공연 포스터와 호텔 영수증이 전시돼 있다. 포스터는 가장자리만 훼손됐을 뿐 공연 장소와 시간, 그림 등이 선명히 표시돼 있다. 호텔 영수증은 이제 막 발행한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보관 상태가 양호했다. 아울러 당시 공연 실황의 일부를 전한 현지 라디오 방송사의 뉴스와 인터뷰도 헤드폰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이 유물들은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995년 한국으로 귀화한 해의만(1931~2014)이 기증했다. 그는 당시 삼천리가무단을 조직해 인솔했다.


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국립국악원이 1973년 유럽 순회 공연 중 농악 소고춤과 장구춤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이 1973년 8월29일부터 12월16일까지 110일 동안 유럽 순회공연을 이어갔을 당시 제작된 기록물들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립국악원의 정악(궁중음악·풍류음악)과 정재(궁중무용) 공연에 관한 기증품들이 인상적이다. 1973년 10월 독일 본(BONN)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의 유럽 공연 소식을 접한 윤이상 작곡가(1917~1995)가 공연 사회와 해설을 자처해 관객들에게 한국의 음악을 직접 소개했다. 당시 윤 작곡가의 공연 해설 육성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관련 유물은 모두 당시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했던 박숙자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이 기증했다.


호암 이병철의 매형 허순구의 남다른 국악사랑
미공개 유물이 말해주는 '국악의 근현대사' 호암 이병철의 매형인 허순구가 기증한 현금국악보.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의 매형 허순구(1903~1978)의 남다른 국악사랑의 면모도 엿볼수 있다. 허순구는 1927년 진주 첫 백화점인 문성당을 설립했고 1938년 대구 삼성상회 창립 초기 주주이기도 했다. 경북 지역의 풍류 애호가였던 그는 지역 국악인들을 후원하고 다수의 필사 악보와 악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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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는 허순구의 아들인 허병천과 허동수가 2013년 기증한 ‘현금국악보’ 3권이 놓여있다. 1950년에서 1970년 사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물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풍류음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 민요 명인 임정란의 소고, 무용가 이선옥이 창안한 ‘선무’의 공연사진, 단소 명인 추산 전용선이 사용하던 단소와 악기집 등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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