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치솟는데 2금융도 대출 속도조절
한국투자·한화·CK저축銀, 전세대출 중단
가을 이사철 전세 못 구하면 '난민' 될 판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서울 도봉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인철씨(37·가명)는 지난달 집주인이 다시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새 주거지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다. 계약이 11월 만료돼 서둘러야 하지만 지금 전세금도 대출로 충당한 처지라 여유자금이 없다. 지난주에는 2금융권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퇴짜를 맞거나 고금리에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는 "내 전세보증금은 2년 만에 반전세 보증금 수준이 됐다"며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빠듯한데 어디서 주거비용을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일부 저축은행도 전세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절벽을 마주한 실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넘어오자 총량규제 압박을 받는 저축은행들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가구가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강원지역 기반의 CK저축은행은 ‘일반자금대출(전세자금)’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CK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내에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다루고 있는데 나갈 수 있는 대출한도가 다 찼다”며 “내부 관리 차원에서 개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CK저축은행 전세자금 대출 상품은 지난달만 해도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이름을 올렸다. 공시는 직전 1개월 신규취급액이 3억원 이상인 상품이 대상이다. 취급한 대출의 평균 금리는 2금융권에서도 저렴한 4.5%(일시상환)였고 담보인정대출비율(LTV)도 최대 70%였지만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임대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인 ‘홈전세론2’의 판매를 중단했다. 대출금리는 고정으로 연 3.72~8.49%, 한도가 최저 5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이었다.
전세대출 문의올까…상품안내 내리고, ARS 상담 멈추고
별도로 판매중단 상품을 고지하지 않는 곳에서도 전세자금 대출 상품 안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 6곳이 전세대출 상품안내를 내렸다. 한화저축은행은 “내부적인 이유를 밝히긴 어렵지만 전세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며 “수요가 많았음에도 리스크 관리 차원 등 여러 이유가 있어 당분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귀띔했다.
전면 중단이 아닌 변칙적인 영업을 펼치는 곳도 있었다. 한 저축은행은 8월만 해도 공시를 통해 전세대출을 고지했지만 최근 ARS에 관련 상품 안내를 멈췄다. 전화나 비대면으로 전세대출을 받기 어렵고 전남에 있는 현장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가계부채 관리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 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지난해 전세대출 증가율은 약 33% 수준인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일부 시중은행에 선제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풍선효과와 이에 따른 2금융권 대상 추가조치가 나올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라는 주문을 올 초부터 꾸준히 해왔다. 지난 4월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한도성 여신에 대한 충당금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위험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일관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충당금 적립의 기준인 신용환산율은 단계적으로 40%까지 상향 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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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축은행은 대출 총량은 연간 증가율을 21%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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