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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태그플레이션,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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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태그플레이션,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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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되는 물가상승률 조짐이 만만치 않다. 한국도 2% 중반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 상황에다 물가 수치마저 올라가니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화두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경기불황과 동시에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단편적인 정의에만 매달려 필자와는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경기가 여전히 나쁘니 금리인상을 늦추자거나 물가를 잡기 위해 임금상승 속도를 낮추자는 엉뚱한 해법들이 그렇다.


필자는 물가를 ‘소비자들이 평생 필요로 하는 모든 상품들의 총 가격부담’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을 ‘1.소득 증가 속도보다 가파른 물가 상승 속도로 인해 2.유효수요(소비로 연결되는 돈)가 감소해 3.불황이 심화되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였던 1970년대에는 오일쇼크, 즉 유가급등이 주요 원인이 돼 유효수요를 잠식해 장기간 불황을 야기했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순히 물가 상승과 불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물가 상승이 원인이 돼 불황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인과관계 상황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품들의 가격부담만큼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어렵다는 점은 대량생산시대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함을 항상 키워왔다. 소득의 증가가 부족해 불황의 우려가 커질 때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 등의 방법으로 통화량을 확대한다. 그리고 통화량의 확대는 곧 부채의 증가로 이어진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자가 싸진 가계대출이나 할부금융을 통해 쏟아지는 상품들의 소비를 일단 감당해 보게 하자는 것도 통화량 확대의 숨은 이유다.


헌데 중앙은행의 통화량 확대가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어진다면 엎친 데 덮친 꼴이 된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일종의 필수 소비재인 집값이 올라가면 집값 지불을 위한 돈을 제한 후에 다른 상품들을 소비할 돈, 즉 유효수요가 현저히 줄어든다.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이나 유럽의 경제 회복 가능성이 오히려 더욱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불황이 공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진다. 민간부채와 부동산 거품이 세계 대공황, 일본 버블 붕괴, 세계 금융 위기 같은 주요 위기들의 수식어가 된 이유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시론] 스태그플레이션,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최근 1년간 소비자물가지수 증감율 추이


진단하자면 우리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의 과정 가운데에 진입해 있다. 불행히도 최근 수년간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른 물가상승이 있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6년~2018년 1%대, 2019년~2020년 0%대였는데 무슨 괴변인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이제 실제와 괴리가 너무 커 중요한 경제 진단이나 의사결정에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위의 집값과 밥값만 살펴보아도 물가 지수 통계의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이 잘못된 계기판에 한국은행이라는 조종사가 아직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평생 소비해야 할 상품들의 가격부담이 지난 몇 년 간 엄청 올랐다. 이래서는 유효수요의 빠른 회복이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향후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때문에 암을 예방하는 정도의 정책이 아니라 이미 들어서 있는 암 덩어리의 진행을 억제하고 도려내는 정책 처방을 내려야 한다. 통화량을 다시 흡수하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걱정을 하며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빨리 시작해야 점진적으로 실행할 수 있고 그래야 시장과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물가상승 속도에 뒤졌던 소비자들의 소득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더욱 과감히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다시 통화량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자. 과거 돈의 힘으로 크게 상승한 자산들의 가격은 돈의 힘이 약해질 때 쉽게 꺼진다. 실적에 연동하여 합당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의 가격들은 돈의 힘이 약해진다고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 “썰물이 돼야 누가 발가벗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명언을 상기하여 제대로 옷을 입은 자산들을 찾아 투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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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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