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엇갈리는 메시지, 메신저의 급하차…한계 부닥친 윤석열 '전언정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전격적인 대변인 사퇴 발표
본격적인 정치 행보 이전인 상황에서 혼란 이어져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입장차 가능성

엇갈리는 메시지, 메신저의 급하차…한계 부닥친 윤석열 '전언정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윤 전 총장 측근에 따르면~'으로 알려진 ‘전언정치’의 비판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았던 대변인이 임명 10일만에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진 탓이다. 일련의 상황 전개 속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의 과정이나 방향성 모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오전 7시7분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 전 논설위원이 물러난 배경 등과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은 ‘건강상의 이유’를 공식적인 이유로 설명했다. 이 전 논설위원과 함께 윤 전 총장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이상록 대변인은 "이 전 대변인은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분석은 이와 사뭇 다르다. 의견이 서로 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18일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다"고 언급을 했다. 이날은 사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관련 해프닝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문제의 18일 이 전 논설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사회자는 "지금 하시는 말씀은 국민의힘 중심을 많이 생각하시니까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제가 받아들여도 될까요"라고 묻자, 이 전 논설위원은 "네 그려서도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여 시간이 지난 뒤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라며 "영향력 있는 분들 만나 다양한 목소리 듣겠다. 시장 다니며 오뎅 먹는 것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 들을 것", "입당 여부는 그 이후 판단할 문제다"라고 소개했다. 앞서 라디오에서 밝혔던 내용을 뒤집는 내용이다.


그간 윤 전 총장 측근을 자처하는 목소리의 홍수 속에 혼란이 빚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일부 언론과의 통화 또는 윤 전 총장 측으로 소개되는 전언의 형식으로 메시지를 내왔다. 이런 혼란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의중은 대체 무엇이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또 다른 상황이 벌여졌다. 이제는 하나의 창구라는 윤 전 총장 대변인의 메시지마저도 한 시간만에 뒤집히는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해프닝 이후 정치권에서는 ‘전언정치’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일단 정황만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내부 이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입당을 둘러싼 대변인의 발언 해프닝이 벌어진 뒤 윤 전 총장이 공보진을 만났다는 것은 이견 조정 또는 갈등 봉합의 수순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봉합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 전 논설위원이 하차했음은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된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이 전 논설위원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밀어붙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전 논설위원이 장예찬 시사평론가의 택시 발언을 강하게 반박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면서 "국민의힘 입당을 원하는 대변인 개인의 속내가 전해지는 것은 내 촉이 유난히 빨라서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버스론 등을 들면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대선에 직행하는 택시론을 제기하자, 이 전 논설위원이 "장예찬 씨는 윤석열 총장의 지지자일 뿐"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어 18일 일련의 해프닝 직후 유 평론가는 "자꾸 대변인의 희망사항이 발설되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즉, 이 전 논설위원의 일련의 행보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한 쪽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전 논설위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역으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그만큼 멀어졌음을 뜻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잇달아 연락을 취하며, 입당 가능성이 커졌던 때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 변화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출범 등이 세간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쪽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아울러 택시론 즉, 국민의힘 경선을 거치지 않고 대선으로 직행하는 가능성이 닫혀 있는 카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단, 윤 전 총장은 이순신 장군이 밝혔던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을 인용해 본인의 의중을 전하고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 등의 행보는 아직 미정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윤 전 총장이 직접 마이크 앞에 나서기 전, 어쩌면 나선 뒤에도 전략적 모호성이든 결정을 유보한 것이든 당분간 윤 전 총장의 정치행보를 둘러싼 추측, 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