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개혁’의 바통을 넘겨받게 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경 수사권조정 시행으로 완전히 달라질 수사 환경에서 검찰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가 그의 손에 달렸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이나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등 예민한 현안 사건 수사나 검찰 인사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당장은 서울동부구치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이 급선무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로 출근한 박 내정자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현 보좌진들이 주축이 돼 법무부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가 밝혔듯이 추 장관은 박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때까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며 마지막 소임을 다하게 될 예정이다.
‘검찰개혁 완수’ 사명… 秋와는 다른 결 보일 듯
박 내정자의 취임 일성은 역시 ‘검찰개혁’이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그는 평소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전임 추 장관이 윤 총장 ‘찍어내기’에 너무 몰입하다 사실상 경질되며 현 정부 검찰개혁의 본질과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만큼 추 장관과는 결이 다른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날 장관 내정 직후 그가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조관계를 통한 검찰개혁’을 문재인 대통령의 지침으로 언급한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추 장관에게 집단 반발하며 동요됐던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도 시급하다.
이는 여당이 검찰의 인적 쇄신보다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나 ‘기소청 설치’ 등 제도개혁을 검찰개혁 시즌2의 방향으로 설정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윤 총장과의 관계 설정 주목… 검찰 일단 ‘긍정적’ 분위기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윤 총장과의 관계 설정이다.
사법연수원 동기지만 나이가 3살 많은 윤 총장을 ‘의로운 검사 윤석열 형’이라고까지 칭했던 그는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태도가 바뀌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는 윤 총장에게 “사람이 변했다”,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윤 총장과의 관계는 다음 달로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영할지가 첫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정권을 겨냥한 ‘월성 원전’ 사건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윗선에 대한 수사, 또 친정부 인사인 이 차관에 대한 수사에서 박 내정자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관심이다.
심각한 상황에 이른 수감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 및 대책 마련도 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다.
검찰 내에서는 최소한 추 장관 때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금 뜨는 뉴스
검찰 간부 A씨는 “정치를 오래 하셨고,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검찰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계신 만큼 합리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