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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사이의 586세대, 국립극단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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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20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

이상과 현실 사이의 586세대, 국립극단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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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립극단이 오는 12월3~20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신작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작 유혜율·연출 이은준)'를 공연한다.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50대가 된 2020년의 586세대가 주인공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지켜온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며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중년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형진은 시민단체 부대표다. 형진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오랜 세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늘 꿈꾸던 '더 좋은 세상'은 요원하지만 옳다고 믿는 방향을 포기하지 않으며 아내, 아들과 함께 고단하 현실의 무게를 견딘다. 대학 동기 윤기의 기일, 형진은 친구 현, 시형과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된다. 현은 '먹고 사는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겠나'고 형진에게 묻는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괴로워할 때마다 요절한 '윤기'가 등장한다. 윤기가 등장할 때마다 저항시인 김수영의 시도 무대에 깔린다. 김수영의 시는 명상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유려한 움직임을 만나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작가는 김수영의 시를 극 중 곳곳에 배치해서 담담하고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유혜율 작가의 희곡 데뷔작이다. 유혜율 작가는 김수영 시인의 언어를 빌어 현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다.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여전히 이 사회에 유용한 존재인지 고민에 빠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그려낸다.


유혜율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나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그 얼굴은 역사적 영웅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죽어간 이름 없는 얼굴들에 가깝다. 이들의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계속 남아서 중요한 순간에 우리에게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20대에 스러져 간 '윤기'의 캐릭터는 이들의 얼굴에서 나왔다. 김수영 시를 차용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라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율구', '괴벨스 극장' 등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져 온 이은준이 연출을 맡아 묵직한 울림을 주는 공연으로 무대 위에 구현했다.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는 국립극단 신작 개발 사업인 '희곡우체통'을 통해 개발됐다. 2019년 초청작으로 선정돼 '사랑의 변주곡'이라는 원제목으로 낭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국립극단은 해마다 '희곡우체통' 낭독회로 선보인 작품 중 1편을 선정해 차기년도 제작 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고독한 목욕(작 안정민·연출 서지혜)'을 무대에 올렸고, 내년에는 탈진한 X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X의 비극(작 이유진·연출 미정)'을 정식 공연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연 '거리두기 객석제'를 적용해 운영된다. 추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변동에 따라 추가 좌석 예매가 진행될 수 있다. 만 24세 이하는 '신세계면세점 푸른티켓'으로 1만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신세계면세점 푸른티켓 수량이 한정돼 있어 예매시 확인해야 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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