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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은둔형 천재가 꿈꾼 미적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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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이선 호크 주연 '테슬라'
현대 기술 개척자의 철학·발자취, 여성 관찰자 눈으로 재조명

[이종길의 영화읽기]은둔형 천재가 꿈꾼 미적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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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토머스 에디슨이 확실한 롤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 이름은 테슬라다. 교류 유도 전동기를 니콜라 테슬라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더 대우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에디슨이 더 좋다. 발명품을 시장에 내놓아 사람들이 사용하게 했다. 테슬라는 그렇지 못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008년 한 말이다. 천재적인 발명가·물리학자·전기공학자인 니콜라 테슬라(1856~1943)는 사업 수완이 부족했다. 공학 분야에 놀라운 업적은 남겼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고집했다. 줄곧 독신으로 혼자 일했으며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사생활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은둔형 천재의 발자취를 예술로 재현하기란 어렵다. 테슬라 전기는 뉴욕해럴드트리뷴(1924~1966년 발간) 편집자 존 오닐의 '넘치는 재능'이 사실상 유일하다. 나머지 전기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돼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가 없다. '넘치는 재능'은 테슬라가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서 진행한 연구에 초점을 둬 인간적 분석이 약하고 타인과 맺은 관계도 미약하게 나타난다. 오닐은 테슬라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정보 수집에 애먹었다. 전기작가로서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은둔형 천재가 꿈꾼 미적 환경


영화 '테슬라'는 베일에 싸인 테슬라(이선 호크)의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본다.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은 전통적 스토리텔링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전적 서사 위에 시공간을 초월한 장면들을 대거 삽입한다. 그 관찰자는 은행가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의 딸 앤 모건(이브 휴슨). 실제로 테슬라에게 관심을 보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테슬라와 평행선을 달리는 관계로 묘사된다.


모건은 당시 존재했을 리 없는 노트북을 편다. 구글 이미지에서 '니콜라 테슬라'를 검색하고 그 결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미지 3400만 개가 검색되지만, 고작 서너 개만 반복해서 나오죠. 이미지를 뒤집고 색까지 입혔지만 사실상 네 장이에요. 그 외에는 흐릿하거나 상상화들뿐이죠."


테슬라가 주인공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그는 1893년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1857~1894)의 이론·실험에 근거해 무선통신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관련 특허도 1898년 첫 번째로 취득했다. 무선통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전망한 적도 있다. 당시 청사진은 오늘날 가장 명확한 예측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마가렛 체니는 저서 '니콜라 테슬라'에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한 장소로 신호를 전달하는 무선 통신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정보를 세계 곳곳에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썼다. 이어 "무선통신 기술을 이끈 선구자들 가운데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테슬라뿐이었다"고 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은둔형 천재가 꿈꾼 미적 환경


테슬라의 발명은 현대 기술과 무수히 연결된다. 그는 27세에 유도 전동기를 발명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팅하우스사(社)와 교류 발전기·변압기·전동기 등의 특허 계약을 맺었다. 35세에 테슬라 코일을 만들었고, 37세에는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전기 조명을 설계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지원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 세계 최초의 교류 발전소도 건설했다.


테슬라는 지구에 에너지가 무한히 공급돼 사람들이 지적이고 예술적인 삶을 누리게 되길 바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즐겨 썼다. 자기가 쓴 시를 미국으로 떠날 때 챙겨갈 만큼 아꼈다. 대중에게 공개한 적은 없다. 지극히 개인 감상용이었다. 그는 특별한 사건이나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시를 지었다. 단순히 천재적 발명가가 아니라 철학과 꿈이 있는 개척자였다.


순수한 마음은 '테슬라'에서도 나타난다. 롱아일랜드에서 모건과 나누는 대화가 대표적인 예다. 모건은 세계적인 명성에도 파산 위기를 맞은 테슬라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당신 시스템이 성공하면 누가 전력 배급을 통제하죠? 공기처럼 팔지도 못하고 누구나 쓰게 되잖아요."

"맞아요."

"그걸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세상 굴러가는 방식이 결정된다고요. 당신이 원하는 건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예요?"

"늪지나 사막이라도 작은 수신기와 기계 몇 대만 설치하면 빛과 열 원동력은 물론 통신수단까지 온전히 구축할 수 있어요.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예요.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이뤄낼 수 있죠."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군요.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해요. 돈 말이에요."


[이종길의 영화읽기]은둔형 천재가 꿈꾼 미적 환경


테슬라의 견해가 옳다고 볼 수만은 없다. 역사적으로 과학 기술은 그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바로 수렴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뛰어남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비로소 등장할 수 있다.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 기술임에도 사회와 중심 세력의 거부로 허무하게 사라져간 예는 적지 않다. 머스크가 회사 이름을 '테슬라'라고 짓고도 정작 모범이 되는 대상으로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을 가리킨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잊힌 노력의 중심에 있다. 알메레이다 감독은 그게 아쉬웠나 보다. 영화에서 배우 호크에게 영국 뉴웨이브 음악그룹 티어스 포 피어스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누구나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해)'를 부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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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 내 몫이고 후회도 내 몫이야/선택할 수 있게 도와줘/자유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줘/영원한 것은 없어/누구나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 해."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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