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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부터 갑질까지…택배노동자, 올해만 11명 목숨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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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갑질·생활고 시달리던 택배노동자 극단적 선택…11번째 사망
10명의 택배노동자, 극심한 노동강도로 과로사

열악한 환경부터 갑질까지…택배노동자, 올해만 11명 목숨 잃어 20일 생활고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노동자 A씨의 유서.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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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김연주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0일 생활고에 몰린 택배 기사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경남 진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A(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옷에서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생활고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유서에서 A씨는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매에, 전용 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며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시정 조치를 취해 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 A씨는 대리점의 갑질로 인해 심적인 고통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유서에서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며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을 끊고 소장을 불러서 의자에 앉으라 하고 자신이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장을 소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는 건 A씨만의 일이 아니다. 높은 강도의 노동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가 올해만 11명으로 집계됐다.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숨진 택배노동자들 가운데 A 씨를 제외한 10명은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으로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택배노동자 B씨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B씨는 생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했으며 일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환경부터 갑질까지…택배노동자, 올해만 11명 목숨 잃어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달 18일 서울 시내의 한 택배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함./김현민 기자 kimhyun81@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도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상하차 일용직 노동자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 물류센터 노동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7%는 일하던 중 다친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병원 진료까지 받은 40명 가운데 87.5%(35명)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고용업체가 병원비를 지급한 경우는 10%인 4명, 산재보험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는 2.5%인 단 1명에 그쳤다.


택배노동자들이 근무 도중 다치는 일이 발생해도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큰 요인은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압박하는 일부 사용자에 있다.


현행법상 택배기사 등을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는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본인이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사용자들은 이를 악용해 택배노동자들에게 적용제외 신청을 사실상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중심으로 택배노동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 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사망 사건에도 왜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지 절박한 심정이다.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계속 사망하는데 그냥 놔둘 것이냐"며 "더 이상 택배노동자가 죽지 않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21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긴급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택배사 및 대리점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하고 택배기사 6000여명에 대한 면담조사 실시 계획이다. 3주간 긴급점검에서는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산재보험 입직신고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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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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