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공영방송 EBS 소속 강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남긴 답변에 정치적 편향성을 띠거나 사실관계가 틀린 내용을 많이 적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은 최근 5년간 EBS 홈페이지 Q&A 게시판에 강사가 학생의 질문에 남긴 답변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BS 강사 "보수는 재산·권력 있어 기득권 유지정책 지지"
지난해 1월 한국사 강사 A씨는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대체로 보수를 외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재산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책을 지지한다"라고 답했다.
A씨는 이어 "하지만 진보 진영은 가진 자의 재산과 권력을 나누어 하층민을 위해 사용되길 희망하는 편"이라며 "인종·민족·성적 취향 등에 따라 차별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라며 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BS 강사 "교재에 박근혜 정권 퇴진 내용 들어갔으면" 정치색 드러내
또 다른 한국사 강사 B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을 언급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12월 '교재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요약이 있느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박근혜 정부가 끝나야 요약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촛불시위로 정권 퇴진 혹은 대통령 하야라는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이 아닌 답변도 확인됐다. 사회강사 C씨는 지난 5월 '소속 정당이 다른 국회의원끼리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아직 서로 다른 정당간에 모여 교섭단체를 만든 경우는 안 보인다"라며 사실과 잘못된 답변을 내놨다.
실제 지난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꾸린 바 있다.
"여당은 공식적 주체, 야당은 비공식적 주체"…개념 혼동한 답변
또 C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중학교 과정에서 가르치는 '공식적 주체'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당인 '여당'이라 공식적 주체가 된다"며 "그 외 다른 당은 야당으로 비공식적 주체"라며 틀린 답변을 남겼다.
중학교 사회 과목에서 국회와 정부, 법원 외의 모든 정당은 여·야 상관없이 비공식적 주체로 분류된다.
C씨는 이어 감사원이 정부의 예산 사용을 확인하는 결산에 대해 "감사원이 스스로 점검하는 일"이라거나 "국정 조사는 국정 감사 기간이 아닌데 필요하다 생각될 경우 임시회를 열어 진행한다"라며 틀린 답변을 적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정 조사는 국정 감사 진행과 무관하게 교섭단체 요구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EBS 전직 강사는 "홈페이지 Q&A는 답변을 따로 검사하지 않고, 강사가 바쁘면 조교가 답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EBS가 운영하는 '온라인 클래스'는 전국 1만1710개 초중고교 가운데 96.5%가 원격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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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의원은 "원격수업 확대로 EBS 활용도가 커진 상황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잘 모르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있어 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면서 "교육부가 나서 공신력 높은 교육기관인 EBS의 콘텐츠를 감수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봉주 인턴기자 patriotb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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