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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보는 부동산 정책…효과는 없고 분쟁만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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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6개월 더 밀려도 계약해지 불가
서민보호 목적이지만 일방적 희생 강요
전문가·당사자,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
임대인, 임차인, 중개사, 주민 갈등 확산
정작 집값은 못잡아…전셋값 고공행진

일단 지르고 보는 부동산 정책…효과는 없고 분쟁만 쌓여 김현미 국투부장관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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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춘희 기자]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정부 부동산 정책에 시장의 혼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문가나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대책을 강행하다보니 부작용만 커지는 모양새다.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 늘어나는데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정부는 "곧 안정될 것"이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민보호' 내세웠지만…특정계층 희생만 강조하는 정부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면서 부작용과 이해당사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시행일 이후 6개월 동안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1급 법정 감염병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임대인의 희생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 임대인들은 "건물 대출이자나 세금은 그대로 내야 하는데 6개월 동안 월세를 못받아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에선 감액청구권 역시 임대인이 거부하면 소송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간 분쟁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말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역시 마찬가지다. 임대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임대인 대 임차인이라는 대립구도가 명확해지면서 과거에는 대화로 해결하던 문제를 분쟁위원회나 소송까지 끌고가는 사례도 늘었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분쟁이 늘면서 서초동을 찾는 임대인, 임차인이 늘고 있다"며 "로펌들도 관련 영역을 확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 또 강행…반발 예상 못했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동산 관련 갈등이 커지는 이유를 두고 정부가 정책효과나 이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한 논의를 생략한 채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이 사실상 정부가 아닌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졸속 입법과 뒤늦은 보완조치 마련 등 혼선만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말 시급하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이면 신속하게 법률을 만들 수도 있으나 최근 법안들은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며 "못해도 한두달은 국민 의견수렴이 필요한 것들인데 전혀 없이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선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중개 시스템 개편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중개사들 사이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차원의 생존권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기재부 등 관련 부처는 논란이 커지자 '모르는 내용'이라며 발을 뺐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실제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다 예상보다 업계 반발이 크니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잇따른 대책에도 집값은 고공행진…되풀이되는 실패

충분한 논의가 생략된 채 추진되는 정책들로 인해 지역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8ㆍ4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경기 과천정부청사 유휴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까지 촉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권 일각에서도 "사전 논의 없는 정부 결정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매매ㆍ전세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 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5주 연속 0.01% 오르며 좀처럼 하락세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이번주 0.07% 오르며 전주(0.06%)에 비해 상승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전세가격도 마찬가지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으나 무려 65주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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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타당성과 장단점, 시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이런 절차를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부작용이 생겨도 임차인 보호 목적이라는 명목 아래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어 시장의 혼란만 더욱 커지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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